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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컨트롤vs감정에 솔직하기

다들 어떤 방향을 더 선호들 하시는지

by 새벽녘

산다는 건 끊임없는 외부의 자극을 마주하는 일이 아닐까? 그 자극들로 인해 인간의 마음 안에는 여러 감정들이 피어난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로 부정적 감정은 물론 긍정적 감정마저 두려워하곤 한다. 실망하게 될까봐, 다시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더 힘들어 질까봐 등등. 부정적 감정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설명 안하겠다.


이 감정을 다루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나는 크게는 두 갈래가 있다고 느꼈다.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마인드 컨트롤형. 그리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인정하고 직면하는 수용형. 내가 여러 삶의 가치관들의 충돌 속에서 헷갈려본 경험은 너무나 많지만, 장시간 가장 어려웠던 주제는 이것이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따로 글까지 쓰면서 좀 머릿 속을 정리하고 싶었다.


마인드 컨트롤과 감정 수용이 당연히 절대적으로 충돌하는 가치는 아니겠지. 서로 상호보완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 이 주제에 대해 챗지피티에게 무심코 의견을 물어보니 결국 균형 얘기를 하더라. 맞는 얘기다, 균형을 찾아야겠지. 근데 나는 뭐랄까, 어느 순간부터 균형이라는 말이 허상처럼 느껴진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물론 당연히 이런 문제에 획일화된 답을 기대할 수 없고, 극단을 막는 것만으로도 균형이라는 말은 제 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근데 그 나만의 균형을 찾는다는게, 결국은 너무 헷갈려서 그런다.


두 방식 다 완벽할 수 없음을 개인적으로 느낀다. 마인드 컨트롤은 억압이라는 그림자와 솔직함과 인간다움의 매력을 앗아간다는 단점이 있지 않나 싶다. 감정에 솔직하고 직면하는 것은 이론상 좋긴한데 이게 실상은 딥하게 빠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사실이지만 무례와 악의, 불운도 꽤 마주할 수 있는 세상에서, 억제, 억압, 마인드 컨트롤 없이 모든 감정을 정면으로 다 마주하면...흠, 글쎄, 내 생각엔 자아를 잃고 외부 자극에 휩쓸리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나 방향을 추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자신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다 들여다보고, 그 다음에 잘 판단을 하고 고민을 나누고 어쩌구 해서, 건강한 마인드 컨트롤까지 가는 것이 이상적인건 맞다. 현재 내 생각엔 그건 글로 적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말로 하면 가장 이상적이다. 근데 글쎄, 그러면 마인드 컨트롤 쪽에 더 쏠려있고 감정 직면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이들이 더 바보같은걸까? 솔직히 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 효율성이라는게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삶에서는 여러 강한 자극들이 너무 빠르게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마인드 컨트롤 방식에 대해 '저런 방식은 너무 강한 척 하는거다, 솔직하지 못하다', '저렇게 다 머리로 컨트롤하려 들면 안된다'라고 말할 때, 그 말들도 무슨 맥락인지 이해는 하지만, 나는 이제는 마인드 컨트롤 방식의 효율성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때로는 별별 평가와 말들을 다 듣게되기도 하는데, 이걸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성 등으로 튕겨낼 줄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감정에 직면하는 것은...그게 말처럼 적절하게 끊어지면 참 좋을텐데, 무기력이나 상처의 늪, 자기혐오 등으로 이어지기가 쉽다고 느낀다. 물론 그 마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예술이나 사회문제 제기에 대한 소스로 쓰이는 등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쓴 것은 나는 감정 직면과 수용이 늘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과정을 매 순간 충실히 겪지 않고 억제, 억압,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왜 매 순간 충실히 감정 수용을 하려들지 않는지 그 이유도 알 것 같다.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도 이유가 있는거다. 현실은 이상과 좀 다르긴 한 것 같다.


이 전략 선택에도 결국 성격, 성향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리고 양쪽 다 강해지면 문제가 생기기에, 머리로 컨트롤하려는 이에게는 보통 좀 더 수용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것 같고, 감정에 잘 빠져드는 이에게는 이런 저런 생각들로 잘 조절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모두에게 똑같이 더 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태도'같은게 있다는 환상이 없는 사람이니, 그냥 타고난 성향에 반대 방식을 적절히 더 해서 각자 보완하고 사는 정도가 나름대로 최선이라면 최선인가 싶기는 하다. 한 때는 그냥 매 순간 최고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어느 한 쪽을 택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우리 인간에게는 태도라는게 있고, 정체성이라는게 있고, 신념이라는게 있다. 현실적으로 둘 중 하나의 방식에 무게감을 두지 못한다면, 효율적으로 많은 자극들을 처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생각이 바뀐 것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감정에 빠져드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 방식이 굳이 따지면 메인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혼자 생각하거나 이런 글을 쓰는 등 창작을 할 때는 더 없이 솔직하지만, 평소 내가 소통할때는 내 주변인들보다도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줄 모르고 자꾸 이성으로 컨트롤 하려는 면도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스스로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좀 고쳐야되나 싶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한 적이 많았다.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대로 좀 둬보자 싶기는 하지만, 헷갈리는건 헷갈리는거다. 감정을 다 솔직히 직면하고 수용하는 것과, 덜 흔들리고 나아가기 위해서 단단한 태도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 마냥 투 트랙으로 같이 가기는 힘든 것이 나는 후자가 좀 효율성을 위해 사전에 감정 직면을 차단하는 면이 필연적으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헷갈려 찾아봐도 이 두 방식 중 한 방식을 굉장히 강조하는 정보는 많이 보게 되는데, 이 둘을 정면으로 조목조목 비교하고 분석하는 건 잘 못본것 같다. 내가 검색을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궁금하다. 다들 어떤 방식에 더 무게를 둔 태도로 살아들 가는지. 본인 방식들에 만족들은 하는지. 성향에 맞게 생긴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나와 비슷한 이런 고민들을 하는지. 장기간 헷갈려온 이 주제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더 나은 논의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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