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풀에게 가르쳤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도
어떤 궤적으로 얼만큼 흔들리는지도
다 너의 개성이고 아름다움이란다
너의 모습대로 마음껏 마음대로 흔들리렴
다만 이것만 기억하렴
태풍이 풀때 동쪽으로 흔들려선 안된단다
찬바람에는 서쪽으로 흔들려선 안된단다
봄바람에 동남쪽으로 흔들려선 안되고
잔잔한 바람에는 북서쪽으로 흔들려선 안된단다
내가 몇가지 규칙을 더 알려줄테니
그 방식대로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단다
나무를 동경한 풀은 나무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 말 한마디 한마디 모두 소중히
흘리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 풀은 꼿꼿한 풀이 되었다
뿌리부터 흔들리지 않게 힘을 늘 꽉 주었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흔들려도 되는지
가르침을 되새기고 눈치를 살펴도
흔들려도 되는 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같이 나무의 말을 들었던 옆의 풀은
나무의 말을 듣지 않을때가 많았다
제멋대로 흔들렸다가 제멋대로 힘주며 버티다
웃고 울며 자기 뜻대로 했다
나무를 존경한 풀은 이웃 풀을 한심해했다
저렇게 해서는 안되는건데
그렇게 긴장을 풀지 않고 흔들려도 될 때를 기다렸다
몇 해가 지난 봄, 이웃 풀에는 꽃이 피어났다
벌과 나비가 오가는 그 풍경도 제멋대로였다
언제는 반가워했다 언제는 밀어냈다가
풀은 그런 이웃 풀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내내 힘을 주고 버틴 자신에게는 여전히
자신만의 꽃이 피지 않음을 깨닫고 슬퍼했다
나무의 말들은 사랑이 맞았을거라 풀은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엔 걱정도 투사도 통제도
어쩌면 자신이 모든 변수를 안다는 오만같은 것도
섞여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났다
풀은 여전히 나무를 사랑했지만
뒤돌아 본 나무는 더는 자기가 생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때론 약하기도 때론 틀리기도 때론 정신없이 흔들리기도
풀은 원망을 내려놓고 뿌리부터 힘을 뺐다
난 어떤 식으로 흔들렸다 어떤 때에 힘을 줘서 다시 버티게 될까
나는 나무랑은 달랐던걸까, 내 꽃은 이웃 풀과는 다른 꽃일까, 언제 어떻게 피어날까
꼿꼿했던 풀은 봄바람에 사방으로 조금씩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