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감 Mar 18. 2021

계속하게 하는 힘이란

깔딱고개가 알려줌

강은 이리저리 굽이치며 흐른다. 굽은 안쪽은 퇴적층이 생긴다. 한강 지도에서 솟아 나온 부분이 그곳이다. 퇴적층이 쌓이면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주거지가 된다. 암사동에 선사유적지가 생긴 이유다.

우리 집에서 5킬로만 가면 암사 선사유적지다. 여기 진입 전에 고바위가 두 개나 있으니 이름하야 깔딱고개다. 선사시대에는 자연 방어벽이었겠지.

어느 날, 깔딱고개가 얼마나 깔딱이게 하는지 궁금해져서 자전거로 가봤다. 이름은 몹시 정확했고 나는 이름만큼 깔딱거렸다. 이때 하필 운동화 끈이 풀리다니.

힘들어서 내린 거 아니라고 과하게 부정하면서, 풀린 끈에게 감사하면서 홀딱 내려 끈을 묶었다. 그러고서 자전거에 다시  올랐는데 당최 균형이 안 잡히는 거다. 결국 깔딱이 가실 즈음까지 끌고 올라갔다.

고도 378의 위엄!!

3개월 동안 주 5회 매일 글쓰기를 하자고 했던 김싸부 말이 생각났다. 계속 써야 쓸 수 있다는, 순환논증 오류 같은 말이었다.

그의 말을 깔딱고개가 증명했다. 허벅지 터질 거 같아도 내리지 않고 계속 페달을 밟으면 느릴지언정 오를 수는 있었는데 한번 쉬니까 그전 페이스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으니까. 매일 쓰기는 힘들지언정 쓸 수는 있겠지만 힘들다고 쉬면 아예 못 쓰는 것과 비슷했다.

깔딱이 자연 방어벽인 것처럼 쓰기에도 방어벽이 있을지 모르겠다. 쓰기야 말로 노트북만, 아니 폰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으니 자본금이 필요한 다른 일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낮은만큼 깔딱 같은 방어벽이 있어서 쓰는 사람은 많아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 적은게 아닐까.

깔딱을 넘으면 비옥한 퇴적층이 기다리는 것도 비슷했다. 쉬지 않고 쓰면 언젠가 쓰기의 비옥한 평지를 만난다. 이 평지가 마냥 펼쳐지지 않고 다시 오르막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쓰기 뿐 아니라 인생사 자체가 오르고 내리는 일의 반복이니 그러려니 한다.

봄햇살이 따가웠으니 기미가 5백 개는 생겼겠다.  고도 300을 넘느라 헉헉댔으니 미세먼지 5억 개를 마셨겠고. 그래도 고도 300 덕에 묵직해진 허벅지를 느낄 때마다 행복 세로토닌이 5조 5억 개 나올 테니 남는 장사다.


계속하게 하는 힘을 다시 생각한다. 아무리 봐도 그 힘은 그저 계속하는 자체다. 순환 논증의 오류가 진리일 때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사랑의 가정사를 알게 되었을 때 할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