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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Mar 24. 2021

김싸부 vs 김일렉트로

세상 심란했던 오티

   쓰뱉 완성반 수업시간을 선택하라는 톡이 왔다. 평일 저녁이다. 요일 상관없이 저녁엔 늘 집에 있기에 선택의 의미가 없었다. 그냥 다 된다고 했다.

   오티를 했다. 예상대로 내 비디오만 제일 심란했다. 애들이 양치 하다가 싸웠고 당장 다음날 내야 할 숙제가 있는데 딴짓을 했으며 남편은 저녁도 안 먹은 채 9시에 집에 왔다. 나는 오티 하다말고 싸우는 애들을 말리고 숙제를 시키고 남편 밥상을 차렸다.

   내가 읽을 차례에 폰을 들고 조용한 방으로 가서 읽었다. 끝나고 싸부님은 외계어만 한참 말했다. 와이파이가 약해져서 소리가 완벽하게 뭉개진거다. 내 숙제에 대한 피드백을 ‘싸우자는 거죠?’ 한마디 밖에 못 들었다.

   다음 순서로 넘어가자 와이파이는 나를 놀리듯 빵빵해졌다. 한번도 안 끊겼다. 나만 미워하는 와이파이인가. 싸부님이 화나서 일부러 그랬나.

   내가 처음부터 몹시 틀려 버려서 조용히 민망했다. 와이파이는 그저 물리적 환경에 충실히 반응했을 테니까. 싸부님이 나만 골라서 전파를 조작한다면 그는 김싸부가 아니라 김일렉트로가 되어 IT 회사 어디에 있겠지.

   모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바꿔말하면 모두가 특별하지 않다는 말도 된다. 모두가 특별하지 않기에 내게 관심있는 사람도, 내가 관심가지는 사람도 별로 없다.

   모두가 본인 필요만큼의 관심만 갖고 사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글을 들여다보며 그의 삶을 짐작하고 그저 응원을 보내주는 공동체는 얼핏 사기같다. 더 사기같은 건 그 속에서 자신다움을 더 단단히 장착하고 튼튼해진다는 거다.

   김싸부는 숙제에 대해 할말 다 한다고, 마냥 좋아요 예뻐요만 하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오티 숙제 합평은 못 들었지만 말도 못하게 나쁜 뭔가가 있었으면 더 강력하게 수정을 요구 했겠지. 그게 없었으니 그의 외계어는 좋은 말이었을거라고 넘겨 짚는다. 칭찬 1을 획득한 나는 1만큼 또 튼튼해졌다. 선순환이라고 치자.

   나의 평일 저녁 수업은 여전히 소란스럽겠지만, 그래서 놓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놓치지 않은 부분이 쌓는 적재감으로 만족하련다. 동기들이 남긴 온라인 흔적을 확인하며 놓친 부분을 짐작해야지. 만족과 짐작이 만드는 순간을 소중히 떠받들어보려 한다.

김싸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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