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 미술관에서 피카소전을 한다. 미술작품을 보며 감탄과 경외심이 생긴 적 없으나 피카소는 워낙 익숙하니 도전?
내돈내산
오우, 그의 작품보다 여성편력에 놀란 전시다. 손바닥 뒤집듯 여자를 바꾸는데 해설은 그저 '몇 번째 뮤즈 누구에게 영감을 받아...'만 있다. 영감을 준 여자들이지만 어쩐지 작품보다 낮은 존재로 취급받는 느낌? 피카소는 여자를 가둬놓고 외출하기도 하고 여자가 아프면 도망가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 두 자릿수 나이 차이로 어린 여자에겐 가스 라이팅 기본 세팅.
피카소의 연애는 시작과 끝이 늘 겹쳐 있었고 여자들은 피카소와 헤어지면 뭐 그리 세상이 무너지는지 정신분열에 자살에 난리도 아니다. 피카소를 먼저 떠난 여자는 딱 한 명, 프랑소와즈다. 피카소는 인생 첫 까임에 충격을 받았다나. 그는 피카소를 버리고 자식들은 그의 호적에 올려 막대한 유산을 받게 했다. 본인은 또래의 젊은 예술가와 결혼했다. 프랑소와즈 나이스~~
예술적 가치가 높으면 쓰레기 행실은 다 용서가 되는 건지. 그 시대는 문화적 맥락으로 다 그러려니 했던 건지. 그럼 반대로 화려한 남성편력을 자랑하며 활발한 예술 활동하는 여자들은 문화적 맥락으로 사장당해서 알려지지 않았는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 한국전쟁 등 전쟁의 참상을 알리겠다고 거대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사랑했던 여자들의 삶을 전쟁처럼 비참하게 만든 게 자신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겠지. 그의 여자 중 한 명이 그런 실체를 폭로하는 자서전을 써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책 때문에 피카소가 반성을 하거나 여론이 그를 비난하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생전에 부를 누린 몇 안 되는 예술가라는데(유산만 8조 5천억 원) 그 시대여서 가능했을지도. 지금 같았으면 여자들의 소송+미투 운동으로 작품 활동보다 법정 활동을 더 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자들이 많아져야 남자의 인간다움도 지켜진다는 생각을 피카소를 보며 했다. 그렇다고 해서 피카소가 인간답지 않다는 말은 절대로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