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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ul 01. 2021

천지창조의 원래 뜻은 이럴지도

보여줌으로 가르치기


운동 매트를 종용하다 : 천지창조


창세기의 시작은 천지창조다. 엿새동안 신은 하늘과 땅, 동식물을 만들고 일곱 째 날은 쉬셨다. 어릴 때부터 오만번은 듣던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하루키 일상은 단순하다. 아침에 10km를 뛰고, 정해놓은 분량을 쓰고, 쉬고, 잔다. 


   하루키를 보고 다시 읽는 천지창조는 이상했다. 하루키는 직접 써야 하니 매일 한다지만 천지창조는 말 한마디로 다 되는데 굳이 왜 6일 동안?


   다시 하루키. 그가 정해진 분량만 쓰는 이유는 규칙적으로 계속 쓰기 위해서란다. 한번에 몰아쓰기 시작하면 규칙성을 잃고 결국엔 쓰는 습관마저 잃을거라 했다. 천지창조를 6일로 나눠서 규칙성을 준 건 신이 인간에게 가르치고 싶은 삶의 자세가 아니었을까. 하루키가 천지창조를 보며 본인 루틴을 일궜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루틴을 생각했다. 한국인의 공통 목표라는 어학공부와 운동이 떠오른다. 어학은 시험이 있어도 안 했으니 할 리가 없다. 그러면 운동? 6년 내내 체력장 최하등급이 과연?  


  나에 대한 1프로의 기대를 갖고, 천지창조가 새롭게 보인 신의 은총을 믿으며 일단 운동 매트를 샀다. 내 인생에도 운동을 들여보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과 상관없이 '에미야, 내가 몹시 심심하구나.' 를 다양한 통로로 표현하는 애들은 플랭크 하는 내 밑으로 깔깔대며 기어다녔다. 그래도 매일 매트를 깔았다. 어느날은 애를 안고 스쿼트를 했다.


   점점 운동 시간이 늘었다. 엿새를 채운 다음 날은 일부러 매트를 깔지 않았다. 나의 쉼이 당당하고 뿌듯했다. 신이 일곱째 날에 안식했다는 그 마음이 진짜 마음으로 읽혔다. 


   영화 <명량>, 드라마<스카이 캐슬> 등의 음악을 맡았던 김태성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하루 일과를 묻는 질문에 그는


   “새벽부터 곡 작업을 해요. 그럼 6-7시간쯤 일하는 거죠. 그후에 밥 먹고 스탭 회의하고, 운동하고 자요.” 라고 대답했다. 정말 그게 전부냐고, 매일 그러냐고 물었더니.


   “못하는 날도 있어요. 그래도 하루키처럼 이 루틴을 고정하기 위해 노력해요.” 라고 대답했다.


   이건 뭐지. 거장들과 신의 하루는 통하는 것인가. 창조의 위대함은 규칙적으로 하고, 쉼을 분리하는,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실천하지 못했던 그 지점에 있었다. 


   신이 내게 깨달음을 준다. 뭐가 됐든 꾸준히 하라고. 쉬지도 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짓은 하지 말라고. 어릴 때부터 알던 천지창조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천지창조의 가르침으로 매트의 시간을 쌓다보니 버피 100개, 스쿼트 200개가 됐다. 운동 고수들과 비교한다면 별거 아니지만 예전의 나와 비교한다면 확실한 발전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에 이런 확실함이 있다는 자체가 위로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코로나는 내려놓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꾸준함을 만든다. 하루키와 김태성 음악감독, 무엇보다 천지창조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매트를 펼친다. 매트를 종용하는 천지창조가 고마운 날이다.


천_ 가지 좋은 말보다


지_ 혜의 말보다


창_ 조의 그때도, 오늘도 필요한 것은 


조_ 용히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꾸준히 쌓는 일




본문을 1분 노래로 줄이면?


https://youtu.be/EzJxuwus4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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