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감 Aug 11. 2021

딱 입추만큼의 소통

절기의 신비

   입추만 지나면 적어도 저녁엔 열기가 훅 꺾인다. 이 신비가 절기의 '정돈된' 말하기 같았다. 입추가 지났는데 어느 때는 시원하고 어느 때는 밤까지 절절 끓어대면 농경사회 인간들이 얼마나 심란했을까. 절기에 따라 정확히 바뀌는 날씨는 인간을 위한 정돈된 언어였다. 이 소통은 다음 경작을 위해 꼭 필요했겠다.

   입추를 업은 한강 불빛은 운동하던 나를 잡아세웠다. 입추 전에는 한증막 열대야에 치여 습자지를 끼운 뿌연 빛이었다. 입추는 습자지를 걷어내고 본래의 쨍함을 보여줬다. 절기 따라 짓는 농사 대신 절기 따라 운동 코스를 바꿔본다. 정돈된 절기의 소통 언어가 고마워진다.

   내 감정 따라 널뛰는 언어로 무슨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수습 안 된 마음을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왈칵 쏟으면 그건 배설이다.

  딱 입추만큼의 소통이 있기를. 오후의 뜨거움과 저녁의 상쾌함을 모두 지닌 정돈된 언어가 나의 소통에 있기를 바라며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뜨거움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