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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Sep 11. 2021

골룸이 포카리스웨트 아가씨를 때렸다

나도 아가씨 이쁜 거 알아요

해가 질랑말랑 하는 가을 한강 풍경은 내가 이걸 보려고 여태 살았구나 싶은 마음을 준다. 그래서인지 딱 그 무렵 한강은 자전거족과 산책족들로 복닥복닥하다.


그중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끌고 나온 아가씨들이 있다. 대부분 긴 원피스를 휘날리며 탄다. 원조 포카리스웨트가 산토리니 버전이라면 한강 버전 포카리스웨트다.


문제는 이들이 정말 포카리스웨트를 찍는다는데 있다. 산토리니 버전은 양쪽을 막고 했겠지만 한강은 양쪽에서 달리는 사람 천지다.


사이드에 붙어 있던 아가씨들이 포즈를 잡기 시작하면 스멀스멀 중앙선을 넘는다. 잘 달리다가도 "어머!! 여기!!" 하면서 예고없이 방향을 튼다. 환장하겠다.


2킬로 내에서 세 번째 환장했을 때, 자전거를 세우고 이어폰을 뺐다. 스피커를 와장창 올렸다. 어벤저스 출동 같은 때려 부수는 bgm이 쩌렁쩌렁 울렸다.


벨에는 꿈쩍 안 하던 아가씨들이 에픽 타이코(전쟁 음악에 쓰는 대형 타악기 종류) 소리에 길을 텄다.


아가씨들 미안해요. 나도 아가씨들 이쁜 거 아는데 그러다 부딪히면 이번 가을 그냥 날려요. 내가 얼마 전에 시속 5킬로로 달리다 넘어져 무릎이 갈렸거든요? 아무리 샤랄라 자전거래도 그거보다 더 갈릴 겁니다. 그러니 쪼옴!! 아줌마가 민폐스럽게 볼륨을 올리게 하지 말라고요!!!


라고 소리 지르지 못하고 대신 음악으로 때렸다. 내가 자기들을 때렸다는 건 알고 있으려나.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예쁜 아가씨들이다. 내가 그 옆에 서면 딱 골룸 같을 거다. 사고 나서 그 옆에 서는 일은 없고 싶다. 제발 그들의 예쁨에 안전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골룸 출동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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