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데 너무 말 되는 이야기
돈 룩 업
세상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세상 무거운 이야기를
세상 가볍게 풀어서
장르가 무려 코미디가 된 영화, 그러나
재난호러물에 더 가까운 영화,
돈룩업 Don't look up 이야기다.
보는 내내 육성으로 "미쳤나 봐"가 튀어나온다. 어떻게 모든 인간 군상을 촘촘하고 알뜰하게, 그러면서 번잡스럽지 않게 돌려 깔 수 있는지.
처음엔 좀 투닥거리다가 결국엔 한마음 되어 웅장해지는 게 우리가 흔히 아는 혜성 충돌 시나리오다. (feat. 아마겟돈) 돈룩업은 한마음은커녕 설득할 사람이 설득당하고(디카프리오) 의사 결정권자는 자본 앞에서 배를 깐 댕댕이가 된다(메릴 스트립)
그들 연기가 너무 말도 안 되는데(좋은 의미로) 너무 말이 되는 이야기라(공포스러운 의미로) 비루한 내 표현으로는 "미쳤나 봐" 밖에 안 나왔다.
디카프리오는 어느 시상식 소감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나는 독서모임에서 환경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책은 무차별 환경파괴가 인간에게 어떤 식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수상소감과 책과 영화가 삼위일체가 되니 당최 블랙코미디로 볼 수 없는거라.
영화는 3인칭 전지적시점에서 볼 수 있지만 내가 저 군중의 하나라면? 설사 판단을 제대로 한다 해도 판을 바꿀 힘이 없다. 판단을 못하면 짧게 걱정하다가 죽는거니까 그게 더 나은건가 싶다(라고 쓰니 더 공포스럽;;)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즐기며 보고 싶다. 심지어 티모시도 너무 귀엽게 나오잖아. 독실한 히피라니, 설정 너무 천재적이잖아. 그런 티모시가 마지막 기도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 나는 마냥 즐기지 못했다는 증거겠다.
영화는 그저 영화여서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오래 말이 안 됐으면 좋겠다. '실제가 될 지 모를 이야기'라고 붙은 부제가 착각이기를. 실제가 되지 않게 하는 자성과 노력이 아주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기도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