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쓰다

권총을 쏘고 싶어 졌다

퓰리처 글쓰기

by 음감

일상 글인데 다음이 궁금한 글이 있다. 일상 글인데 다음엔 안 읽고 싶은 글도 있다. 일상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결론부터 하면 일상엔 잘못이 없다. 쓰는 사람이 문제다.

책 제목이《퓰리처 글쓰기 수업》이래서 넘겨보지도 않았다. 퓰리처는 보도기사 상이니 나랑 상관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장강명과 은유 작가 추천서? 나의 신념 따위 빠르게 버리고 얼른 폈다.

'다음'을 꼭 읽고 싶은지, '다음'엔 꼭 덮고싶은지는 구조의 문제였다. 저자는 신문기사를 기사 너머의 작품으로 만드는 구조를 말한다. 원제가 Storycraft 라는데 퓰리처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안톤 체호프는 "1막에 권총이 나왔다면 3막에선 반드시 쏴야 한다. 안 쏠 거면 치워버려라"라고 말했다. 이 책은 '쏴야 하는 권총'을 여러 예시로 보여준다. 서사에 녹아들어 간 소품과 배경은 제2의 주인공이었다.

세상 지루한 글이 문단 순서의 변화로 세상 쫄깃한 글이 된다. 관점과 시제의 변주다. 책을 다 읽고 브런치의 어느 글을 봤다. 어느새 나는 문단 배치 테트리스를 다시 하고 있었다. 부디 남 글이 아니라 내 글에서 테트리스가 자동으로 되길 바랐다.

글이 건물이라면 이 책은 하자보수 점검표다. 완성은 했는데 영 아닌 거 같을 때 이 책을 펴놓고 하나씩 보수하면 되겠다. 때론 보수보다 처음부터 다시 짓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점검표이자 설계도도 된다. 안톤 체호프의 그 권총이 있을 자리까지 지정해준다. 책 하나로 시작과 마무리를 다 꿰뚫다니.

권총을 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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