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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ul 11. 2022

창을 두 개씩 열어야 하는 이유

어디에나 통하는 일타쌍피

퍼스널 브랜딩으로 글을 쓰든 퍼스널 망했딩이어서 리뷰 글을 쓰든 쓴다는 건 둘이 똑같아요. 제가 이 시리즈 처음부터 우린 '망했딩' 쪽에 있으니 시간과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아, '우리'에 반감이 드시나요? 그럼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안 읽으셨군요. 여긴 퍼스널 '브랜딩'이 아니라 퍼스널 '망했딩' 쪽의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브랜딩 쪽에 계신 분은 좌표 잘못 찍으셨으니 어여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다 나가셨나요? 이제 '우리'만 있는 거 맞죠?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고 했어요. 망했딩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린 계속 쓰고 있으니 순서를 지켜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럼 어떤 순서를 지켜야 할까요.


지난 시리즈에서 사람과 부딪히는 게 싫으면 배송형 리뷰만 하라고 했죠. 그 배송 리뷰를 쓸 때도 시간을 아끼기 위한 순서가 분명히 있어요.


보통 리뷰 사이트들은 며칠에 한 번씩 리뷰어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일단 신청을 하셨으면 그때까진 잊고 지내시고요. 발표하면 톡이나 문자가 뜨거든요. 그럼 노트북 앞에 앉으세요.


내가 당첨된 물건들의 리뷰 조건을 보세요. 가장 눈여겨보셔야 할 게 키워드입니다. 어떤 키워드와 태그를 리뷰에 넣을지 명시되어 있어요. 배송된 건 없지만 창을 두 개 띄워놓고 기본 조건부터 써 놓는 거예요. 예상외로 이 키워드와 태그를 지키지 않아서 재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대요.


 재요청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리뷰어로서 신뢰를 잃는다는 거고 그게 쌓인다면 내가 하고 싶은, 남들에게도 인기 많은 제품을 받을 확률은 점점 멀어지겠죠.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리뷰 장벽이 그리 높지 않아요. 그러나 장벽이 높지 않다고 내 기억력을 믿고 쓰면 바로 티가 납니다. 아, 기억력 좋으셔요? 설사 그렇다 해도 이번만큼은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당신의 기억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요구한 태그 여섯 개를 한 개도 빼먹지 않고 쓰긴 어려울 거예요.


행여 열심히 기억해서 쓴다 해도 그 좋은 머리를 굳이 왜 이런 데에 쓰시나요. 그 머리는 더 좋은 일에 쓰시고 여기는 그냥 창 두 개 열어서 복붙 하셔요.


그래 놓고 또 잊고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모르는 배송 박스 두세 개가 현관 앞에 있습니다. 네, 당신이 신청한 그거 맞아요. 아까 그랬잖아요. 대부분 같은 날 발표한다고. 그럼 배송도 비슷하게 시작하거든요.


만일 밤에 받으셨다면 일단 안에 들여놓기만 하시고요. 건드리지 마세요. 이런 건 해 떴을 때 하는 겁니다. 왜냐고요? 햇빛이 중요하니까요.


아침이 됐어요. 어딘가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 있나요? 너른 통창으로 완벽하게 들어오지 않아도 돼요. 한 줌의 햇빛이면 됩니다. 한 줌만 들어오면 들어오는 곳과 안 들어오는 곳의 명암 대비가 생겨서 더 예쁘거든요.

어제 받은 택배 박스 한쪽에만 햇살이 들어오게 해 놓고 일단 한 장 찍으세요.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두 상자도 찍으시고요. 그 햇빛 아래에서 언박싱을 하는 겁니다.


언박싱 하면서 한 번씩 찍는 게 귀찮으시면 삼각대 가져다 놓고 동영상으로 찍으세요. 영상으로 해 놓고 캡처하면 그게 사진이 되니까요. 물론 그렇게 찍으면 각도가 다 똑같아지긴 하지만 두세장 정도는 괜찮습니다.


언박싱을 다 하셨다면 이제 예쁜 천 하나 가져오세요. 천이 없다면 그냥 하얀 이불도 괜찮습니다. 다이소나 이케아서는 북유럽 갬성 행주 키친 크로스를 5천 원에 세 장 묶어서 팔아요. 그런 거 막상 주방에서 막 쓰려면 아깝잖아요? 이런 데서 쓰는 겁니다.


행주, 아니 키친 크로스를 깔고 햇빛을 받은 제품을 찍어주세요. 햇빛을 통으로 받는 것보다 아까 말한 것처럼 반씩 나눠 받는 게 더 좋고요. 만일 전체적으로 받는다면 그림자까지 길게 찍어주세요.

제품 사진 찍는데 뭐 이리 공 들일 일이냐고요?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이렇게 해놔야 다음 제품도 또 들어오죠. 그리고 사람과 안 부딪히고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하게요.


네? 저 외톨이냐고요? 음... 부인하진 못하겠네요. 대신 능동적 외톨이 정도로 퉁칩니다. 혼자서도 워낙 잘 놀아서요. 혼자 잘 노는 성향은 배송형 리뷰어를 하기에 적당한 성향 같기도 해요.


이렇게 찍은 사진은 며칠 전에 창 두 개 열고 썼던 그 페이지 있죠? 거기에 갖다 붙여주시면 됩니다.


키워드도 미리 정리해놨고 갬성 사진도 찍어놓으면 리뷰를 쓸 때 훨씬 마음이 가벼워요. 사진과 키워드가 끌고 가는 문장이 분명 생기거든요.


그러니 창을 두 개씩 엽시다. 사진은 두세 개 동시에 찍고요. 시간을 아껴야지요. 다음에는 외부로 나가야 하는 리뷰를 쓸 때 시간 아끼는 방법을 써볼게요.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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