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감 Aug 15. 2022

리뷰 쓰기와 휠체어 부대

그렇게 날려버리고

네, 말로만 듣던 휠체어 부대를 만난 날입니다. 에스테틱을 받고 리뷰를 쓰기로 했던 날이죠. 10분을 기다려도 지하철이 출발하지 않아서 버스로 갈아탔어요. 최정점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9시 반이었지만 버스는 터지기 직전이더군요. 하차벨이 울리지 않은 정류장 몇 개는 무정차로 막 지나갑니다.


그렇게 지나가도 지하철의 신속정확은 버스가 따를 수 없었어요. 예약 시간을 맞출 수 없겠더군요. 에스테틱은 거의 예약제인데 제가 늦으면 그다음 스케줄이 꼬이잖아요. 예약 취소 메일을 보냈습니다. 보통 당일 취소는 패널티 있는데 이번만큼은 바로 해주더군요.





이 상황을 두고 남궁인 작가와 브런치의 어느 작가(A라고 칩시다)가 완전 반대의 이야기를 쓴 걸 읽은 적이 있어요. 둘 다 유려한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썼어요. A는 휠체어 부대를 이기적이라 했고 그들 때문에 특강에 늦은 남궁인은 특강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생겼다고 했지요.


제가 겪기 전에는 반반 입장이었어요. 겪고 나서 보니 휠체어 부대에게 이기적 집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전처럼 쥐 죽은 듯, 눈에 띄지 않게 지내라는 말과 같은 무게로 다가왔어요. 


A의 이야기는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얼핏 들으면 다 맞는 말 같은, 그러나 그 맞는 말로 누구를 보듬고 살릴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말 같았어요. 저 역시 그들 때문에 예약한 에스테틱을 못 받긴 했지만 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건 그날 하루뿐이었습니다. 휠체어 부대는 대체 그런 날이 며칠이었을까요.  


지하철의 휠체어 리프트 타는 과정은 아주 복잡합니다. 지하철 직원을 호출해서 리프트를 내려요. 휠체어를 태운 리프트는 '즐거운 나의 집' 노래를 우렁차게 내뿜으며 느릿느릿 내려갑니다. 저는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시선집중 제대로이더라고요. 그 수치스러움이 싫어서 어떤 분은 외출을 포기하기도 한대요. 얼마 전에는 그 리프트마저 추락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요.


엘리베이터가 지상에서부터 지하철 문 앞까지 직통으로 있으면 해결될 문제인데 그런 지하철 역이 많지 않아요. 그 공사를 위한 예산은 자꾸 삭감되고 있고요. 그러니 단체로 목소리를 내는 거죠. 비장애인을 불편하게 해서까지 이런 사안을 알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 겪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고요.


그 주의 에스테틱을 받지 못했고 리뷰도 못 썼고 아침나절 헛걸음을 했지만 그래도 알아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는 어찌 보면 리뷰 이야기와 상관없기도 하지만 남궁인 작가가 이 일을 겪고 특강의 시작을 달리 했던 것을 따라 하는 중입니다.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는 공사가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정해진 예산을 그 해 안에 다 쓰지 못하면 다음 해는 예산이 삭감되니 어떻게든 쓰려고 그런 공사를 한다고 들었어요. 허공에 날리는 그런 예산을 모아서 꼭 필요한 일에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라면 리뷰 이야기에 너무 관련 없는 내용 아니냐 하지 마시고 한 번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날의 에스테틱을 날린 후엔 휴가였습니다. 최성수기 휴가기간이라 차분하게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안 되더이다. 대신 휴가 기간에 봤던 드라마와 영화의 리뷰를 쓰면서 체험단 리뷰와 다른 리뷰를 쓰는 팁을 혼자서 깨치기도 했어요. 다음 주부터는 그 이야기를 또 풀어볼게요. 2주를 쉬어가긴 했지만 리뷰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창을 두 개씩 열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