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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Sep 05. 2022

친절이 망하게 할 때

그 와중에도 배워라

리뷰어 자격으로 어떤 에스테틱에 전화를 걸었어요. 리뷰어도 일반 고객처럼 예약하고 가야 하거든요.



에스테틱 사장님은 세상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어요. 제가 리뷰어라는 걸 밝히자마자 완전 딱딱한 목소리가 됐다는 반전이 지만요.



그럴 때마다 돈의 위력을 봅니다. 제가 돈 낸 고객이라면 사장님 목소리가 절대 바뀔 수 없었겠죠. 물론 리뷰어는 돈 대신 홍보를 대신해주지만 아직도 자영업체 사장님들은 직접 입금 말고는 다 손해라고 여기는 분이 많아요.



<럭키드로우>라는 책을 봤어요. 저자 앤드류는 지금은 인플루언서이지만 예전엔 시급 낮은 회사원이었대요. 그는 시급이 낮을 때도 거기서 배울 걸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일을 열심히 했대요. 그게 결과적으론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모습과 맞게 지나간 일을 미화한 건지,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저도 그에게서 배울 건 배우면 되잖아요? 바뀐 목소리에 기분 나빠할지, 그 와중에서도 제가 챙길 거를 찾을지는 순전히 제 선택이지요.



첫 번째로 챙길 거는 이 시리즈의 글감이고요. 상대의 바뀐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제 목소리도 있습니다. 저도 작정하고 하면 한 상냥하는 목소리거든요.



저의 일관된 톤에 사장님도 통화 마지막에서는 처음과 비슷한 목소리가 되더군요. 조상님의 지혜를 봅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더라고요. 알긴 알아도 상대방이 딱딱할 때 내가 웃는 낯을 하긴 어려웠는데 그걸 제가 해냈습니다, 여러분!



친절이 갑자기 얼굴을 바꾸면 망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에게 감정 변화를 지나치게 내보이는 거잖아요. 이론으로만 알던 것을 실전으로 보니 더 각인됩니다. 타산지석이네요. 배울 거를 또 건집니다.



그 샵에 갔다 왔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가까워서 좋더군요. 들어가기 전에는 변하는 그 목소리가 생각나서 살짝 쫄았는데(네, 배울 거 챙긴다고 멋진 소리 나불대지만 저도 매우 자주 쫄아요)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물론 예약시간보다 10분 일찍 가는 매너도 챙겼고요.



오우, 원장님 잘하시더만요. 혼자 운영하시는 샵이었어요. 관리 중에 전화응대까지 하려니 그러실 수 있겠다 싶었고요. 저는 아주 호강하고 왔습니다. 이 맛에 하지요. 다음에 또 이런 원장님 만나면 덜 쫄 자신도 생깁니다. 이렇게 배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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