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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Oct 09. 2022

당신의 게으름을 도와줄게요

움직이게 하는 힘

자, 귀찮음까지 해결했어요. 응?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럼 이거 먼저 읽고 오시고요.


귀찮음만 해결하는 걸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랬죠. 리뷰를 쓰면서 뭔가 더 좋은 게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특화될 만큼 좋은 게 있어요.


배송 리뷰 아닌 이상 리뷰는 다 예약제입니다. 꼭 시간 맞춰서 가야 해요. 친구도 별로 없고 게으르기까지 한 저 같은 사람은 누가 만나자고 해주면 고맙지만 그 약속이 취소되면 더 고맙기도 한데요. 리뷰 예약은 취소되는 일이 절대(까지는 아니고, 딱 한 번 있었어요. 업체 사장님 코로나 확진) 없거든요. 그러니 예약했으면 가야 됩니다.


'게으른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니 리뷰는 좋은 거다.'가 이 글의 결론일까요. 설마요. 그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더 큰 건 리뷰 쓰러 나가는 제 뇌 호르몬이 다른 그림을 그린다는 데 있어요.  


저는 집에 혼자 있으면 대부분 바닥과 수평을 이루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그렇게 읽고 뭘 써도 누워서 폰으로 씁니다. 그러다 스르르 잠드는 날도 많고요.


분명 애들 등교하는 거 봤는데 애들 집에 오는 소리에 눈을 떠요. 참 허무하지요. 그 허무를 안 하려고 생각은 하는데 생각만으로 끝나는 날이 더 많습니다. 의욕이 없어요.


심리학자 에밀 크레펠린은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마음이 점점 고조되어 의욕이 생기는 현상을 작업 흥분이라고 부른대요. 왜, 안 하면 계속 안 하지만 하면 또 계속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설거지만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주방 대청소를 하는(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요.


뇌과학자들은 그런 작업 흥분 상태가 되려면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일단 시작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움직이면 측좌핵이 자극되어 아세틸콜린이 나옵니다. 이 아세틸콜린은 인간의 인지기능, 작업효율, 창조력, 발상력 등을 돕는 물질입니다.  


물론 30분 낮잠으로 뇌의 효율을 크게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30분 낮잠이 아니라 3시간 낮잠을 자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리뷰 예약 때문에 억지로라도 나가서 움직이는 게 낫습니다.


저도 2030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마흔이 넘어 기력이 딸리는지(아니 그럼 5060은 어떻게 되는 거지?) 더 열정적으로 바닥과 수평이 되더라고요. 리뷰를 쓴 지 몇 년이 됐지만 아직도 나가기 전에 늘 예약을 잡은 과거 나 새끼를 욕합니다. 나름 한결같지요.


한결같음은 또 있어요. 그렇게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는 정말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간다는 거죠. 제가 쓰는 대부분의 리뷰는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씁니다. 아침에 그리 구시렁 대던 건 어느새 잊고 리뷰 할 문장들이 끊임없이 생각나거든요. 이게 아세틸콜린이 일하는 방식이구나 하면서 폰으로 신나게 받아 적습니다.


성인 뇌는 굳어져서 더 이상 발달하지 않는다는 건 구식 이론입니다. 성인도 뇌 호르몬에 따라 얼마든지 발달한대요. 그 호르몬은 호모누워엔스로, 혹은 집순이로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호르몬 잡겠다고 일어나지도 않고요.


나를 가다듬으려고 리뷰를 씁니다. 마흔 넘었지만 최소 40년 또 살아야 하는 나를 위해, 내게 좀 더 좋은 걸 주기 위한 노력입니다.


어때요? 이 정도면 앞에서 나온 귀찮음 해결 이상의 좋은 점이 리뷰에도 있지 않나요. 다음번엔 이 리뷰를 응원받는 비법에 대해 쓸게요.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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