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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Oct 17. 2022

너 게으르다는 거 뻥이지?

선택적 게으름에 대하여

리뷰를 쓰다 보면 리뷰 말고 다른 걸 쓰고 싶어요. 학생 때 꼭 시험 기간만 되면 방 청소를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리뷰는 정해진 약속이니 쓰고, 다른 건 쓰고 싶으니 쓰고, 그러다 보면 어느 때는 블로그와 브런치를 합쳐 한 달에 60개의 포스팅을 발행할 때가 있어요. 그럼 자동으로 따라붙는 말이 있죠.


"너 게으르다는 거 뻥이지?"


음, 뻥이라기보다 선택적 게으름이라고 칩시다. 이 속에 나를 갖다 놓으면 평균 1,200자의 글을 월 60개 쓰는 것도 ㅡ 물론 매달 그런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지요 ㅡ 가능해집니다. 


리뷰도 선택적 게으름으로 씁니다. 한 번에 1,200자를 다 쓰지 않습니다. 워낙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쓰느라 더 그래요. 리뷰를 쓰는데 저 혼자 있는 귀한 시간(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귀하게 여기는 편입니다)을 쓰기는 아깝거든요. 


1,200자를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2부 실전 편에 있으니 그걸 확인하시면 됩니다. 


저는 자느라 하루의 반이 다 가버리는 날이 많습니다. 2030 때는 이러는 제가 너무 싫었거든요. 40대인 지금은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저를 받아들입니다. 대신 가버린 시간을 선택적 게으름으로 보상합니다.  


미용실 얼마나 자주 가세요? 저는 1년에 한 번이요. 네일숍은 한 번도 가본 적 없고요. 화장은 기초와 선크림으로 끝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과 네일숍을 가는 지인이 있어요. 적어도 월 5시간은 꼼짝없이 잡혀 있더라고요. 물론 그게 행복이라서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사람이기에 그에겐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그게 안 필요한 사람이고요. 저의 선택적 게으름입니다. 


가정주부의 시간을 제일 많이 잡아먹는 살림은 단순한 기준이 있습니다. '뭐가 없어서 못 나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수건이나 속옷이 없어서 샤워 후 물기를 못 닦거나 입을 옷이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밥이 쉬어서 못 먹는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릇이 없어서 음식을 못 먹을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호텔 느낌 수건, 가지런히 정돈된 속옷, 5첩 반상, 음식을 확 살려주는 예쁜 그릇 세트 등등이 없습니다. 그걸 하려면 제가 게으르지 않아야 하더라고요. 


마지막 선택적 게으름은 최신 소식입니다. 각종 연예뉴스, 사건사고 습득에 게으릅니다. 혹시 다모폐인 아세요? 40대면 아실 텐데요. 드라마가 끝나고도 드라마 게시판에 모여 새벽까지 노는 사람들이었어요. 네, 20대의 제 얘깁니다. 다모폐인을 시작해서 싸이월드 파도타기까지, 각종 웹사이트를 돌아다녔지요. 뜨는 해와 주 2회 하이파이브를 하던 사람입니다 제가. 


요샌 인스타와 유튜브로 그렇게 파도타기를 ㅡ 너무 옛날 말이군요. 알고리즘 타기라고 해야 하나 ㅡ 하죠. 저는 그걸 거의 안 합니다. 아예 안 한다고 하면 이거야말로 뻥이잖아요. 제가 '거의'라고 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게' 파도타기를 안 한다는 뜻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오늘은 서핑할까?'라고 작정한 날만 유튜브든 인스타든 한 바퀴 돌아요. 작정한 날 아니면 유튜브든 인스타든 그날 분량만 보고 나옵니다. 15분을 넘지 않아요. 만일 좀 긴 유튜브가 있는 날엔 아예 살림을 같이 합니다. 


집단장, 몸단장, 살림, 최신 소식에 최선을 다해 게으름을 부리면 그렇게 잠으로 시간을 보내도 저를 위한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시간이 생기니 포스팅이라는 결과물이 생기고요. 결과물이 많이 생기니 저의 게으름을 안 믿는 분도 생기는군요. 


이 글 이후로 정정하지요. 저는 선택적으로 게으릅니다. 아니, 40대에겐 선택적 게으름이 꼭 필요합니다. 그럼 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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