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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Oct 26. 2022

월 천은 한밤중에 먹는 라면이 아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사람으로 바꿔보라 하면 제 몸뚱이를 갖다 놓으면 됩니다. 저는 작심삼일에 최적화된 인간이라서요. 콘셉트 하나를 잡아 꾸준히 쌓아간다는 퍼스널 브랜딩 방법론에서 보면 최악입니다.


개인은 그냥 개인으로 살면 됐는데 언젠가부터 개인도 브랜딩을 해야 한답니다. 유행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데 이건 유행을 넘어선 강요처럼 보였어요. 나만 뒤처지는 거 같아서 좀 기웃거려 봤습니다. 퍼스널 브랜딩 하겠다고 작심삼일 인간이 작심 삼년 인간으로 바뀌진 않더군요.


되는 사람도 있긴 하지요. 그게 제가 아닐 뿐.


점점 궁금해졌습니다. 꼭 퍼스널 브랜딩이 되어야 하는 건가. 늘 성장해야 하나. 매일 파이팅을 외쳐야 하나. 격일로 널브러지는 나는 퍼스널 망했딩인가. 뭐 그런 궁금증이요.   


월 천만 원 벌기가 '밤 11시에 끓여먹는 라면이 정말 맛있죠'라는 말만큼 당연하게 떠도는 시대입니다(설마 이게 안 맛있다고 말하는 분은 없겠죠). 라면은 매우 당연합니다만 월 천이 정말 당연할까요. 당연하지 않으니 '월 천만 원'이라는 키워드가 꾸준히 팔리는 게 아닐까요.  


월 천 같은 당연하지 않은 걸 못했으니 저를 자책하지 않습니다. 한때는 SNS가 시간낭비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의 내 명함이라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이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살아야 하는 시대니까요. 그저 온라인 세계에서 익사하지 않을 만큼만 나를 챙기면 됩니다. 


저는 무색무취한 사람입니다. 뚜렷하게 싫어하는 건 몇 개 있으나 좋아하는 건 정확하지 않아요. 특정 브랜드만 고집하는 충성심도 없고 이거 아니면 안 먹어! 하는 미식가도 아닙니다. 이 책에서 제가 하는 이야기는 저처럼 희멀건한 사람에게 최적화됐습니다. 그러니 취향이 확고하신 분 또한 이 책과 결이 맞지 않아요. 


응? 아직도 안 가셨어요? 아이고, 당신도 참 재미없고 브랜딩 안 된 사람이군요. 그럼 이제 그런 사람들끼리 일종의 동지애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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