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력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초연결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말하진 않았어요. 네, 제가 하는 말입니다. 어허, 그렇다고 막 그냥 나가려고 하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보세요. 스티브 잡스가 한국말을 할 줄 알았으면 그냥력을 말했을 수도 있다니까요?
초연결 사회의 특징은 뭘까요? 개인 브랜딩 시대이지요. 옛날에는 권력자만 미디어를 독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폰 하나로 내 채널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뿌릴 수 있어요. 연결이 그렇게 쉬워졌지요.
연결이 쉬워진 만큼, 폰 하나로 내 채널을 만들 수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그럼 그 경쟁에서 가장 필요한 건 또 뭘까요? 기획력과 아이디어, 자본 동원력 등 많이 있겠지만 이건 단어만 들어도 이미 나랑 상관없어 보이지요. 대신 '꾸준함'은 저 단어들보다는 만만해 보입니다. 초등학생에게 '기획력', '자본 동원력'을 요구하진 않지만 '꾸준함'은 요구하잖아요. 그러니 낮은 허들이죠.
그냥력은 이 꾸준함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원료입니다. 물론 초등학생과 40대는 좀 다르긴 하죠.
초등학생이 꾸준하게 뭘 할 때는 그나마 즉각적인 보상이 있어요. 성적이 오를 수도 있고요, 안 되던 줄넘기를 더 잘할 수도 있고요. 그 보상에 흥이 나서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미 40대인 우리는 그게 어려워요.
랜선 상의 내 채널은 더 그렇죠.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등등 처음엔 꾸준히 한다고 쳐도 딱히 보상이 없잖아요? 두 달 동안 줄넘기를 꾸준히 한 초등학생 제 아들은 이단 뛰기를 연속으로 50번 하더라고요. 드라마틱했어요. 블로그를 두 달 꾸준히 쓴다 해서 조회수가 드라마틱하게 오르진 않아요. 그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포기하죠.
리뷰 쓰기는 앞에서 말했듯 마감이 있습니다. 그러니 계속 씁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냥력이 생겨요. 보상 없어도 무념무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따지고 보면 그냥 한 게 많아요. 잡스가 자퇴한 후 청강하던 학교에서 폰트라는 걸 처음 접했죠. 그가 그때부터 맥을 구상해서 윈도우가 못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할 거야!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그냥 했어요.
잡스는 아주 나중에 이걸 스탠퍼드 졸업사에서 말했어요. 과거에 찍은 수많은 점이 연결되는 순간이 온다고요.
그 수많은 점은 가만히 있는다고 찍히지 않죠. 뭐가 될지도 모르는 그 점을 찍는 '그냥력'이 필요해요. 이러니 잡스가 한국말을 알았다면 You have to trust the dots 을 그냥력이라고 했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눈치 빠르셔라. 네, 잡스는 그냥 the dot으로 안 끝나고 the dot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라고 했어요.
그럼 저의 그냥력은 과연 연결이 됐을까요? 됐으니 쓰고 있겠지요. 그럼 어떤 연결이 되었는지 계속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