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하는 AI (1)

그들은 더이상 확인하지 않을 것이다

by 음감

2060년 3월.


“이게 사랑을 증명해 줄 거라며?”

은설은 스마트링을 빼서 천랑 앞에 내던졌다. 작은 기기가 탁, 소리를 내며 책상 위를 굴렀다.


천랑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하얀 링 표면에는 아직도 작게 빛나는 글씨가 떠 있었다.


감정 일치율: 42%


그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처음 이걸 착용했을 때 기억나?”

“…기억나지.”


그때만 해도 그들은 모든 순간이 기록되는 것이 행복할 줄 알았다.

기억이 사라질 리 없고, 감정이 변할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AI는 숫자로 말하고 있었다.


사랑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 달 전.


“자, 이제 너랑 나랑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거야.”

은설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목에는 새하얀 스마트링이 빛나고 있었다. 천랑도 같은 것을 착용한 채, 흥미롭게 화면을 바라보았다.


감정 일치율: 95%


천랑은 피식 웃으며 은설을 바라보았다.

“95%라… 100%는 아니네.”

“100%면 뭔가 무서울 것 같지 않아?”


은설이 장난스럽게 천랑을 밀었다.

그들은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웃었다. 이 기기가, AI가, 그들의 사랑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AI는 감정을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감정의 변화를 분석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는 변했다.


처음에는 92%.

그다음엔 89%.

어느 순간 80%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70%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엔 장난처럼 넘겼다.


“야, 너 나한테 질렸냐?”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러나 숫자가 내려갈수록, 장난스러운 웃음도 사라졌다.



현재.


천랑은 스마트링을 바라보다가 은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걸 우리가 벗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원래대로?” 은설이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대로가 뭔데?”


그녀는 손목을 감쌌다. 거기에는 스마트링을 빼버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게 무척 아프게 느껴졌다.


“너 요즘 나한테 질린 거 맞지?”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뭐야?”


천랑은 대답하지 못했다.


AI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 테니까.

정말로 감정이 변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 숫자가 두려웠다.


“내가, AI보다 널 더 잘 알잖아.”

천랑이 힘겹게 말했다.


은설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네가 말해 봐. 넌 아직도 날 사랑해?”


천랑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스마트링이 가볍게 진동하며 메시지를 띄웠다.


감정 일치율: 37%


은설은 짧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됐어.”



그날 저녁, 은설은 스마트링을 창밖으로 던졌다.


AI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을 기록하며, 감정의 변화를 분석한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확인하지 않을 것이다.


천랑도, 더 이상 확인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랑이란 건 숫자가 아니라,

그들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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