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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길을 걷다(3)

사래와 아브람

by 음감

사래는 아브람을 떠나 홀로 사막을 걸었다.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등을 태웠고, 밤에는 얼음 같은 바람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며 무너질 뻔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버텼다. 그녀가 가진 것은 애굽 왕 바로가 하사한 보석 몇 개와 고운 옷뿐이었다.


며칠을 걸어 애굽 국경에 도착한 그녀는 작은 마을에서 몸을 추슬렀다. 하지만 혼자 떠돌아다니는 여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애굽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보호 없이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타국 출신의 여자는 노예로 팔리거나, 무리에게 착취당하기 쉬웠다.


사래는 자신이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오히려 그 약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왕궁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가 왕의 후궁으로 불려갔을 때, 왕은 그녀에게 비단과 향료를 하사했다.


사래는 깨달았다. 비단과 향료—이것이 부의 상징이며, 애굽에서 가장 귀한 물품이었다.


사래는 얇은 비단 두건을 쓴 채, 시장을 가로질렀다. 이마 가까이 내려앉은 천 사이로 흰 머리카락이 살짝 비쳤다. 햇빛을 오래 머금은 은사(銀絲) 같았다.


주름진 손으로 향료 항아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손끝의 동작이 부드럽고 단정했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사래는 가진 보석을 팔아 작은 양 한 마리를 샀다. 그녀는 애굽의 부유한 상인들이 모인 시장을 찾아가 그들의 거래를 유심히 관찰했다. 어떤 물건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지, 누가 가장 강력한 상인인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거래에 끼어들 수 없었다. 여자가 혼자서 물건을 사고판다는 것은 전례가 없었고, 남자들은 그녀를 믿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거래하는 방식이 남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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