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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ul 31. 202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음악으로만 판 리뷰

<순진한 마음 – 골든베르크 변주곡 – 상냥한 꽃 – 골든베르크 변주곡> 감독이 음악을 배치한 순서다.  

    

시작에서 <순진한 마음> 전체를 통으로 다 넣었다. 화면하고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다. 거장 감독 이래매. 시작부터 왜 이래.     


아이가 바뀐 걸 알고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흐른다. 설마 이것도 통으로 넣으시려고요? 했는데 다행히 금방 끊는다. 이 곡은 연주자에 따라 연주시간이 35분에서 90분까지 되기도 한 꽤 긴 곡이다.      




료타가 아버지의 집에 갔을 때 마디마다 틀리며 치는 <상냥한 꽃> 연주가 들린다. 3년을 쳤는데 저렇다며 료타 아버지가 짜증 낸다. (이 곡은 피아노에 재능 없는 사람도 3개월만 제대로 연습하면 너끈히 연주할 곡이다.) 


처음에 <순진한 마음>이 나온 이유를 여기에서 이해했다. 아이들은 <순진한 마음>이지만 그 안에 온전한 '아버지'로 들어오려면 질 좋은 시간을 채워야 한다.     


료타처럼 미션으로 범벅된 아버지와의 관계는 3년이나 쳐도 상냥하지 못한 <상냥한 꽃>이 된다. (하필이면 제목도 상냥한 꽃이라니!)


순진한 마음을 치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 8마디는 수월하게 친다. 9-12마디에서 확 어려워져서 쩔쩔매다가 마무리는 쉽고 평온하다. 료타의 승승장구는 순진한 마음의 첫 8마디처럼 순탄했다. 아이가 바뀐 걸 알고 9-12마디처럼 혼란도 왔다.


<상냥한 꽃>으로 <순진한 마음>이 왜 처음에 나왔는지 이해하니 영화가 해피엔딩일 거라 짐작됐다. 해피엔딩은 순진한 마음의 마무리처럼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가 될 거다.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유다이가 말한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해요”에 한마디를 더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화려하지도 않고
꽤 오래 걸리지요


이건 골든베르크 변주곡의 특징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엔딩 크레디트도 골든베르크 변주곡이었고 감독은 음악으로 마지막 말을 더한다.     


영화 내내 나왔던 멜로디가 끝나니
또 못 들어본 멜로디 나오죠?

아버지가 되는 것도 그래요.
오래 걸리면서
생각 못한 다른 일이 생기기도 하죠.
그래도 골든베르크 변주곡처럼
담담히 가는 게 아버지의 길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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