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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07. 2020

나는 황태입니다(아님 백태인가?)

눈썹 그려라 탄생기

원글에 달렸던

#온라인은 외로워

#오프라인의 따뜻함이 필요해


이 태그들은 내 댓글을 몇 번씩 지우게 만들었다. 나는 작가의 지인도 아니고, 이 온라인 사랑방에서 댓글로 힘을 보탠 적도 없는 그야말로 눈팅족이었다는 게 나를 더 쪼그라들게 했다.


내적갈등이 커지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올 때 쯤 나도 모르게 내 손가락은 댓글 창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작가님의 선택지에는 없지만 다시 한번 온라인 공동체를 제안해봅니다. 지역, 본인 나이 및 아이 나이 상관없고요. 그날 그날 자신의 활동을 인증하고 서로 격려해주는 온라인 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픈 채팅방을 만들테니 관심있으신 분은 들어오세요"


라고 쓰고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러고나니 채팅방 이름이 필요했다. 채팅방을 먼저 만들고 댓글을 썼으면 급할 것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스스로 걸려든 책임감 아닌 책임감으로 머리 싸매다가 갑자기 스친


"눈썹 그려라"


작가가 쓴 <나를 찾기 15가지 솔루션>에서 첫번째로 눈썹 그리고 나가라. 가 있었다. 집에서 웹서핑만 하지 말고, 혹은 살림만 하지 말고 눈썹 그리고 나와서 운동을 하든, 책을 읽든 뭐라도 하라는 취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밖에서 할 수가 없어서 난 늘 집순이었지만 서로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게 없어보였다.


채팅방 이름을 '눈썹 그려라'로 설정했다. 그게 금요일이었고 주말을 지나오면서 눈썹방은 무려 12명이 모였다. 겁이 덜컥 났다. 뭐 이리 많이 들어오고 난리야. 어쩌라고.


아.. 큰일났다. 진짜 사람들이 모여버렸네. 난 방장이네. 어떻하지.  



온라인 모임을 하자고 댓글을 달 때부터 채팅방을 만들때까지, 그 채팅방에 무려 열 두 명이나 모일때까지 2-3일동안 나의 마음은 얼었다 녹았다 혼자 널을 뛰고 있었다.  


명태는 덕장에서 겨울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살이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고 색이 노르스름하게 변한다. 이 과정을 제대로 하면 쫄깃한 육질과 깊은 맛을 가진 황태가 되는거다. 반면에 날씨가 따뜻해서 제대로 얼지 못하고 마르면 검은색을 띄는 먹태가 되고 너무 추워서 꽁꽁얼어 하얗게 바래버리면 백태가 된다.


먹태는 확실히 아닌거 같고. 아님 너무 긴장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백태가 되었을까.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채팅방을 비공개로 돌렸다.


정말 우리만 남았다. 큰일났다.


큰일은 무슨 큰일, 엄마들이 뭔가를 쓰기 위해선 아이 빼고 엄마의 필요로 모인 공동체가 꼭 필요했다. 물론 이때는 몰랐다. 눈썹그려라가 어떻게 진화할지.

출처 https://images.app.goo.gl/zgJuBhd6ZD3X7YX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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