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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08. 2020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활동규칙

** 이 제목을 나도 모르게 그의 특유한 리듬으로 읽으셨다면... 반가워요. 이제 당신도 완연한 중년에  들어왔습니다요 **


내가 온라인 모임을 또 하자고 제안하고, 내가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으면서 막상 사람들이 채팅방에 들어오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냥 엄마의 20년 책 나올때까지 조신하게 기다릴걸.


'만들었다고 진짜 들어오면 어떡합니까...' 이런 느낌? 아마 아무도 안 들어왔으면

 '그럼 그렇지 내가 뭐라고 건방지게 선택지에 없는 답을 하고 그래..' 하면서 또 자책했을 거다.

한마디로

들어와도 걱정, 안 들어와도 걱정.

이렇게 간이 작은데, 그리고 이런 나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저지른 거 보면 내가 그동안 오소희 작가의 글에 많이 빠져있긴 했구나. 를 새삼 느꼈다.


느낀 건 느낀 거고. 불러 모았으니 뭔 말을 해야 할 거 같다.


"모집 글에서 보셨죠. 여긴 오로지 나의 활동을 열심히 해서 인증하고 격려해주는 방입니다. 몇 살, 어디 살고 무슨 일 하고, 애들은 몇 살이고 등등의 호구조사 공유 안 해요. 그리고 카톡이 은근 시간도둑인 거 아시죠. 우린 엄마 및 주부의 삶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카톡은 시간제한을 둘게요. 오전 10시까지만 열심히 인증하고 격려해줄 거고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하고 조금 이른 주말을 맞이합니다. 혼자 꾸준히 해오시던 분이라 해도 인증하고 다른 사람 격려하고 하는 일들이 바로 되진 않을 거예요. 시간 내에 못하면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부담 없이 시작할게요"


이 모든 말들이 내게 하는 말들이면서 제목 그대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는요, 당신들의 육아 이야기가 하나도 안 궁금해요. 육아가 쉬운 사람이 어딨어요. 살림 전담 아줌마와 베이비시터가 따로 붙어있지 않는 이상 당신들의 육아도 (간간히 찬란한 순간이 있겠으나 너무나 찰나의 순간인) 나처럼 반은 거지꼴이겠지요. 행여 거지꼴이 아니라면 나만 그런가 싶어서 배 아프니 알고 싶지 않고요. 당신들 역시 거지꼴이라면 그 아름답지 않은 순간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네요. 그러니 그저 엄마를 잊은 그 시간만 서로 응원합시다. 그렇다고 여기에만 매달려 있으면 오프라인의 생활에 지장 있을 테니 딱 외롭지 않을 정도만 하기로 해요. 엄마 이외의 활동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이 외로움을 당신들이 좀 달래주세요..


의 완곡한 표현법이었다. 다행히 눈썹 언니들은 모두 동의해줬고 우린 그렇게 선택지에 없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하자고 하니까 이 언니들이 정말 다음날부터 본인들의 활동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하자고 해놓고선 왜 이러지? 싶다가 인증들이 쌓이는 것을 보고


이 언니들도 나만큼 목말랐구나.


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판은 내가 벌려놓고 이해는 내가 제일 늦다.


눈썹 언니들은 본인들의 활동을 열심히 인증하면서 이름조차 모르는(만난 지 거의 8개월이 넘은 즈음에 생긴 언니 공동체 온라인 카페가 실명 가입을 요구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알게 되었다) 사람들의 활동을 굉장히 세세히 살피면서 장문의 격려글을 남겨주곤 했다. 사진을 일부러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세세함을 장착한 글들을 보면서


우리의 공통점이라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거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런 결이 만들어질까?


이게 글의 힘인가 싶어서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이들의 따뜻함과 적극성에 방장의 이름으로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 같은 초개인주의 인간이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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