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사람만 키워_1

사람도 잘 못 키우겠어

by 음감

보는 사람이 어지러울 만큼의 핫 핑크 착장만 고집하는 아이, 아무리 봐도 어쩌고 우스 까지만 기억되는 길고 긴 공룡 이름을 엄마 부르듯 자연스럽게 부르는 아이, 싫어 병 혹은 안 해병 걸린 아이, 60권 전집 중에서 딱 한 권 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는 아이, 캐릭터 이름을 귀신같이 외우고 분류까지 하는 아이(포켓몬스터, 변신자동차, 팽이 등등).... 모든 아이는 다르지만 모든 아이가 이 중 한 가지는 해보면서 큰다. 여기에 또 공통점을 넣자면

“엄마 강아지~ 엄마 고양이~”


큰 아이가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자꾸 뭘 키우자고.


아니, 얘들아.
엄만 니네 키우는 걸로
이미 에너지 마이너스야.
조부모 없이, 베이비시터 없이
꾸역꾸역 여기까지 왔다고.

이제 둘 다 등원해서
오전의 자유가 생겼는데
왜 나한테 일거리를 주려고 하니...

라고 말하진 못했다.

cat-2536662_1920.jpg 이런 애들 보면 나도 이쁘다... 밖에서 볼 때만


설득이고 뭐고의 과정 따위 필요 없이 무조건 고! 를 외치는 아이들에게 나도 외쳤다.


“엄마는 사람만 키워!!!”

“대파 키우잖아”


“대파는 저 자리에서 안 움직이잖아. 그리고 저건 먹잖아. 설마 강아지를 먹으란 소린 아니겠지?”

“아악!!! 엄마 몬스터!! 엄마 너무해!!”




동물농장이었나, 학대받은 동물을 구조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가 또 말한다.


“엄마, 저런 애들 얼마나 불쌍해. 우리가 키우면 안 그럴 텐데. 그치?”


“그럼, 우리는 안 그러지. 그런데 있잖아. 아예 안 키우면 동물 학대 같은 걸 할 일이 절대 없어. 수영을 아예 못하는 사람이 물에서 사고가 안 나잖아? 그거랑 비슷해.”


내가 말하면서도 이게 맞는 비유인가 싶었는데 아이들은 심각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오히려 찔려서 제대로 고쳐줘야겠다 싶은데 막상 찾으려 하니 이 이상 적절한 말을 모르겠다. 진지하게 듣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천재인가 싶기도 하다.




학교에 간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이건 꼭 허락해 줘야 돼. 엄마가 싫어할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허락해줬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백만 번, 꼭. 엄마 사랑해. 들어줄 거지”


서론이 너무 길다. 불길하다.


“뭔데. 일단 말을 해야 알지”


“오늘 생명과학 시간에 햄스터를 입양할 수 있다고 했거든. 선생님이 엄마 허락을 먼저 받고 오래. 나는 된다고 했어. 엄마도 될 거라고 생각해. 어때 엄마? 내가 다 할게. 내가 다 할 거고..”


으응? 햄스터? 다람쥐 같기도 하고 쥐 같기도 한 그거? 친구네 집에서 본 햄스터가 생각났다. 낮엔 가만히 있다가 밤새 철창을 흔들어대고 물어뜯는다고 했다.


“엄마는 사람만 키운다고!!!!”

“엄마가 아니라 내가 키운다고!!!”




햄스터가 왔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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