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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채우기 Nov 06. 2024

삶은 덧없다

영원함이란 없다

인연을 유지할 때는 온갖 의지, 노고, 이해심, 감정들이 요구된다. 흡사 작은 유리 구슬이 행여나 깨질까, 색이 바래진 않을까 들여다보고 닦으며 번듯하게 유지되도록 발버둥친다. 그리고 그 유리 구슬이 반짝일 때는 그 찬란함이 영원할 것이라고, 내가 아는 그 본연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리라는 아주 오만한 착각을 한다. 그러나, 자칫 실수하여 유리구슬을 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깨져버릴 것이다. 한순간에 산산조각나버리는 꼴이다. 내가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듯해 분통스러울 수 있으나, 이내 이것이 인생의 이치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만다.


우리의 삶에서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들은 대개 영원하지 않다. 영원함이 성립되지 않게 하는 것에는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이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생은 영원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본래 허망하고 덧없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을 우주에서 본다면 먼지 한 톨도 못한 존재이다. 나아가 우리의 존재, 우리가 한 일들은 언젠가 사람들의 인식에서 잊혀질 것이다. 망각된다는 사실이 다소 매정하고 슬프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의 존재와 내가 한 행동 일거수일투족이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기록된다면 그것만큼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죽음은 생과 동시에 주어지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인 셈이다. 삶과 동시에 죽음이라니, 극히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누구나 겪는 숙명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평등한 것은 결코 전무하다. 제 아무리 거창한 것을 이룬 사람이다 한들, 죽음이라는 초월적인 힘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저 삶의 허무함과 덧없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정해보자. 초연히 수용한다면, 어떠한 거창한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아등바등하는 삶과는 자연히 괴리될 것이다. 나 자신만 갉아먹게 만드는 사소한 분노와 쓸데없는 것에 내 귀중하고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버리는 어리석은 짓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범죄자마냥 쫓기는 삶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삶의 흐름을 멀리서 조망하며 행복을 지연시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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