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해가 밝고 설날 가족과 아침을 먹다가 뉴스에서 나오던 코로나 소식을 보며 2월 말에 당장 출국인데 여행 갈 수 있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웃던 게 벌써 2년 전이 되었다.
물론 일주일간 예약되어 있던 코타키나발루 여행은 출국을 앞두고 코로나19 관련 외국인 입국 금지로 바사삭 무산되었다.
그 후 2년.
평생 캠핑의 ㅋ도 생각해보지 않던 내가 캠핑을 다니고 풀빌라 펜션과 리조트를 전전하다 이제는 인천공항 냄새 좀 맡고 싶다.. 하고 몸부림을 치게 되는 것이다.
서서히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들이 해제되고 하나 둘 조심스레 여행을 다녀온 후기들을 접하게 되니 나도 슬슬 발동이 걸렸다.
그래서 상의를 가장한 통보로 23년 3월로 여행 계획을 잡게 되었다.
여행지를 두고 한 달 정도 고심했다.
코로나 전에 집 드나들듯 괌을 다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괌을 갈 것이냐, 새로운 여행지를 갈 것이냐.
a부터 z까지 모든 걸 고민하고 찾아봐야 하는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부담감이 상상만으로도 피곤해서 결정은 거의 괌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자 다른 곳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푸꾸옥을 다녀온 친구의 극찬 가득한 후기로 푸꾸옥을 알아봤다가
한 달 살기 후보지로 치앙마이를 꼽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에 치앙마이를 검색해봤다가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던 코타키나발루를 후보지에 올렸다가
그때 세부가 참 좋았지... 하는 추억으로 세부를 언급해보고
알아보다 지쳐서 아 그냥 괌 갈까? 하고 눈을 돌렸지만 예전에 다녔던 금액의 두 배를 지불해야 하는 금융 치료를 받고 다시 처음으로.
차근히 치앙마이 후기 블로그를 몇십 개 섭렵하며 이미 상상으로 치앙마이에 요즘 핫하다는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신 나는 더 지체할 것 없이 치앙마이의 호텔과 항공편을 알아봤다.
하지만 결제에 임박했을 때 남편이 제동을 걸었다.
3월에 치앙마이 미세먼지가 미쳤다는데? 거기 그 시기에 화전 때문에 산 태운대.
하... 호텔, 맛집, 카페 후기에만 정신이 팔려 몰랐다.
여행시기를 조정할 수는 없었다.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는 성수기는 늘 피해왔는데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엔 확실히 한산하고 또 하이의 생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하와이가 가고 싶었다.
하지만 비행시간 때문에 남편은 비즈니스 태워줄 거 아니면 하와이는 못 감. 하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나는 다섯 시간은 넘지 않는 비행시간, 예산, 날씨, 먹거리 모든 걸 고려해 다시 서치의 서치를 반복했다.
그래서 우린 내년 3월. 마닐라로 이른 휴가를 간다.
호텔 수영장을 오픈런해서 저녁에나 겨우 나오는 하이 때문에 일주일 내내 리조트에 발 묶여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하지만 관광을 선호하지 않고 only 휴양을 지향하는 남편과 나의 여행 스타일에 크게 벗어나지 않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냥 따뜻한 나라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며 호캉스 하는데 도취되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호텔 예약과 항공 발권까지 했는데
나는 마닐라가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라는 걸 정말 몰랐다.
안 좋은 후기만 굳이 찾아 읽으며 사서 걱정 하기를 몇 날 며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가족단위 여행으로는 후기가 많지 않아서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준비부터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여행까지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