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어린이는 평일엔 탭과 닌텐도 금지, 주말엔 1시간씩 총 3시간 허용이라는 룰로 게임을 즐긴다.
탭으로 하는 게임은 로블록스 입양하세요 라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탭 허용을 해준 주말.
바로 전 날에도 신나게 게임을 즐겼던 아이가 갑자기 자긴 이제 이 게임이 싫어졌다고 탭을 밀어놓는 일이 생겼다. 자나 깨나 주말만 기다려 그 게임할 생각만 하던 애가 그러는 게 하 수상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애를 달래며 왜 그러는지 물어봤다.
아무래도 나는 그 게임 내에서 채팅을 이용하니 무슨 못된 말이라도 들어 상처받은 게 아닌가 했던 건데.
하이는 아니라고 몇 번 그러더니 끝내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 사기당했어.
이제 갓 초등학교 입학한 8살 입에서 나온 '사기'라는 단어에 나는 그만 웃음이 빵 터졌다.
엄마는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데 걱정도 안 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하이는 위로해주지 않고 웃는 내가 밉다고 더 서럽게 울었다.
오열을 하는 하이를 달래서 무슨 사기를 당한 건지 물어보자
게임에서 타고 다니는? 펫? 뭐 그런 게 있는데 (이 게임을 몰라서 애가 설명을 해줬는데 뭔지 모르겠네요 ㅜㅜ) 그걸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고 놀다가 돌려달라고 하니 바로 자기와 친추를 끊고 게임에서 나갔다는 것이다.
너무 순진한 아이와 그 상황이 너무 웃기고 짠해서 나는 비집어져 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평소 하이가 하는 게임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남편은 게임 내 현질은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
그래서 하이는 과금 없이 게임을 했지만 아무래도 게임을 하다 보면 유료템이 예쁜 것도, 좋은 것도 더 많은 법이라 하이가 부러워하자 동갑내기인 사촌이 게임 내 통화인 로벅스로 사야 하는 유료 아이템을 하나 줬는데 그걸 빼앗긴 거다.
그 친구가 하이 진짜 친구야? 학교에서도 만나는 친구? 하고 묻자 하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가 게임에서 사귄 친구에게는 하이의 이름, 나이, 집 주소, 전화번호 이런 것은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고 몇 번 얘기했었지? 그런 것과 똑같아. 그 친구가 너랑 실제로 만나 매일 보는 친구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믿고 빌려줬어.
하이는 그래도 친구라서 믿었다며 어떻게 그런 나쁜 짓을 할 수가 있냐고 분해서 쉽게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게임 때문에 저렇게 우는 게 못마땅한 남편을 멀리 밀어놓고 나는 그건 절대로 하이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못된 짓을 하는 친구의 잘못이라고 아이를 연신 달랬다.
백문이 불여일견.
수없이 조심하라 주의를 줬지만, 어떤 것은 경험해야 제대로 깨닫는 일도 있다.
우리가 보기엔 아이가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일어난 해프닝에 크게 상처받은 아이는 매우 상심이 컸다.
작은 일로 큰 경험했다는 생각도 들고 벌써부터 굳이 몰라도 될 일을 겪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고.
진정은 됐지만 시무룩한 아이를 보고 있자니 짠했다.
그날 저녁. 남편도 계속 마음이 쓰였는지 하이를 앉혀놓고 이번 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에 하이가 무려 '사기'당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린 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싶었지만,
뛸 듯이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그렇게 좋냐며 같이 웃고 말았다.
이 험난한 세상.
동심을 아예 지킬 수는 없겠지만 부디 천천히 세상을 배우고 너무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