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담당 남편이 저녁 약속 있던 날
저녁을 먹여 보내야 하는 조카에게 저녁으로 뭐 먹고 싶어? 하니 외숙모 밥 할 줄 알아요? 하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나는 소문난 요리고자다.
그런 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는 있는 법.
그중 하나가 햄치즈계란토스트다.
버터 녹인 팬에 식빵을 구워 잼을 바르고 샌드위치용 얇은 햄 부쳐서 계란프라이, 치즈만 얹으면 되니 큰 기술도 필요 없고 손맛을 타는 것도 없어 하이에게도 인기가 좋다.
아침잠이 많아서 출근 준비가 곤욕인 내가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아침 메뉴로 종종 챙겨 놓는다.
한동안 요거트에 과일을 넣어 먹는 것으로 간단히 아침을 대신하던 하이가 다시 토스트를 요청해서 오래간만에 만들어 놓고 나온 아침.
새로 사다 놓은 잼 병뚜껑이 정말 정말정말정말 열리지 않아 잼이 생략된 토스트를 만들어 놓고 나왔는데 출근했을 때 하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토스트 꿀맛이야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그건데 잼 뚜껑만 열렸어도! 하는 아쉬운 마음에 잼 발랐어야 더 완벽했을 거라는 답장을 하자
잼 들어갔잖아~ 사랑의 잼~
이라는 답장이 왔다.
흐뭇한 문자에 웃음이 나다가도
조금 더 크면, 그러니까 사춘기가 올 정도로 크면. 이런 얘기는 안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점점 말대답이 늘고 자신이 예상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골을 부리는 하이를 마주하며 나는 종종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 하이의 사춘기를 생각해 본다.
아이는 태어나서 3년 동안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데 가끔 폰에 뜨는 추천사진 속의 하이를 보면 정말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물론 지금도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아무튼 그때 미리 효도를 다 했으니 사춘기 몇 년은 너그러이 넘어가줘야겠지.
부디. 내가 너그러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