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았습니다

by 세실

남편이 만들고 이끌어 가는 미술협회가 있다. 국내 전시는 하지 않고 해외 전시만 하는 그 협회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20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올해는 국내, 국외 두 번에 걸쳐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국내 전시는 이곳, 우리가 둥지를 틀고 있는 정선에서 열기로 했고 정선군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받아 대규모의 전시회를 개최할 수가 있었다.


13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작품들, 동양화 서양화 등의 회화 작품은 물론이고 공예. 사진 그밖에 여러 분야의 작품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전시회 오픈날이 다가왔다.

시골이다 보니 그 많은 작품들을 모두 한 곳에서 전시할 만큼 넓은 공간이 없었나 보다. 두 군데로 나누어진 전시장은 민속촌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있었다.

오프닝 행사는 1 전시장에서 열리는데 미처 공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2 전시장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느라 다소 허둥거림이 있었는데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1 전시장에 들어서자 음악이 홀을 가득 채우며 흐르고 있었다. 피아노, 플륫,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의 연주였다. 이런 식전 행사가 있단 소린 못 들었는데...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네 싶을 만큼 연주는 훌륭했다.

연주가 끝난 다음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외쳤다. 앙코르곡까지 야무지게 듣고 이어지는 회장인 남편의 인사말과 군수, 문화원장의 축사, 인물 소개 등을 듣고 나서야 본격적인 작품 감상에 들어갔다.

1 전시실을 주로 회화 작품들이, 2 전시실엔 도자기, 금속 등 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 전시실을 대충 둘러보고 빨리 2 전시실로 가보고 싶어 마음이 바빴다. 남편 작품도 딸 작품도 다 2관에 있었지만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느라 미처 보질 못하고 1관으로 건너와 버렸으니까.


남편의 도자기 작품은 새로 제작하지 않고 집에 있던 걸 덜렁 갖다 놨고 딸의 라탄공예 작품은 생각보다 좀 작았는데 해외로 들고 가기 쉽게 규격의 제한이 있다 하여 살짝 아쉬웠다.


깔끔하게 잘 전시된 전시장을 둘러보며 든 생각은, 이런 대규모의 전시회를 해마다 그것도 해외에까지 들고 가 개최하느라고 남편의 수고가 참 많았겠구나.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흘낏거리긴 했지만 막상 전시회에 와 보니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작품 옆에 얌전히 붙어있는 작가의 사진과 프로필이 적힌 명패에 눈길이 갔다. 팸플릿에 있는 작가 약력을 하나하나 오리고 하드보드에 풀칠해서 붙이고 다시 그 보드를 잘라내고... 그 작업을 하느라 나도 한 이틀 꼬박 수고를 했었지.

아무도 몰라주는 그 수고에 나 스스로 칭찬을 했다. 참 꼼꼼하게 잘했구나. 토닥토닥...


꼭 내 작품 사진 찍어 보내줘요~ 참석하지 못한 딸의 당부에 사진도 여러 컷 찍고 그렇게 전시회 개막 첫날은 마무리가 되었다.

고생하고 신경 쓴 보람 있게 전시회가 훌륭하게 잘 오픈이 된 것 같아 뿌듯하고 한시름 놓은 기분이다. 당사자인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뒤풀이 마치고 돌아오면 오랜만에 칭찬 좀 듬뿍해줘야겠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오프닝 행사 때 입는다고 정장 양복 한 보따리 챙겨 가더니 그냥 평상복을 입고 입고 인사말을 했다는 거다. 멀리서 오는 손님들 맞이하랴 준비 상황 체크하랴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나 뭐라나.

그래도 여전히 멋있었어요 남편님~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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