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집짓기

by 세실

드디어 도배다!

도배를 할 단계에 마침내 다달았다는게 왠지 작은 감동 비스므레하게 다가온다.

집터 내 한 구석에 자그마한 농막을 짓겠다고 땅을 깎고 벽을 세우고 집 모양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어언 4년.

그동안 최대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남편과 둘이 힘을 합쳐서 짓다 말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집 모양을 만들어 온 터였다.

벽을 세우고 지붕을 씌우고 창문과 문틀을 주문해서 끼우고... 거기까지 애써 끌고 오면 계절은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고 어쩔 수 없이 봄을 기약하며 하염없이 방치해 놨다가 날이 풀리고 일하기 좋은 시기가 되면 다시 화장실에 변기와 세면기를 설치하고 타일을 붙이고... 그러다 여름이 오면 더위에 두 손을 들고 또 방치하고.

그다지 절박하지 않다 보니 다른 세상살이에 집 짓기는 늘 뒤로 밀려 미완성인 채로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 보냈다.


짓다 만 상태로 몇 년이 흐르는 사이 1층 천정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겨울을 몇 번 보낸 화장실 변기는 어느새 얼어 터져 물이 새고 타일은 들떠서 군데군데 깨지고 금이 갔다.

어설프게 만든 2층 베란다 지붕은 강풍에 날아가 버렸고 엷은 초록색으로 칠한 외벽은 햇볕과 비에 색이 바래는 등 집은 어느새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동안 힘들게 지은 수고는 아랑곳없이.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올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집을 완성하리라. 남편과 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집 완공에 온 힘을 쏟기로 결심했다.

우선 수리할 부분을 찾아 수리부터 하기 시작했다. 물이 새는 원인을 찾아 공사를 하고 타일과 변기를 교체하고 기둥을 다시 세워 베란다 지붕을 씌웠다.

남편은 베란다 가장자리를 나무로 난간을 짜 맞추고 나는 그 나무 난간에 밤나무색 우드스테인을 칠했다. 번 두 번 세 번...

작은 집 한 채 짓는 게 이렇게도 일이 많을 수가 있을까. 셀 수 없이 수많은 공정을 거치며 가까스로 집 모양이 갖춰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과 고달픔이 함께 몰려왔다.


2층으로 오르는 좁은 계단은 전문가의 손을 빌렸다. 못 하는 게 없는 듯 큰소리치던 남편도 생전 첨 접하는 계단은 영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계단은 솜씨 외에 면밀한 수학적 계산을 필요로 하니까.

그 밖에도 시멘트를 버무려 바르는 미장일은 워낙 체력 소모가 많아 인부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도배를 하는 순서를 맞이하게 것이다. 도배지를 한 장씩 바를 때마다 깔끔하게 변신하는 실내를 보며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이제 고지가 머지않았구나 감격스럽기 조차 했다.

하지만 도배도 결코 수월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풀이 이미 칠해진 도배지로 작업을 했음에도 거실과 작은 방 2개. 복도, 계단 벽을 말끔하게 다 도배하는데 무려 4일이나 걸렸다. 전문가가 했더라면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물론 매일 종일토록 일한 건 아니지만 도배를 너무 쉽게 생각했나 새삼 겸손해지는 시간이었다


남편의 손 끝에서 집은 서서히 완성이 되어 가긴 하지만 구석구석 마무리가 미비한 게 보일 때마다 역시 각 분야에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인건비가 터무니없다 싶게 비싼 이유를 이해하게도 되었다.


비가 온다. 다행히 외부 일거리는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빛바랜 초록의 외벽은 깔끔한 비둘기색 옷으로 갈아입었고 창틀은 다크초콜릿색의 띠를 감고 산뜻함을 뽐낸다.

오늘은 실내에서 천장과 벽 경계에 쫄대를 박을 예정이다. 그 쫄대 하나로 도배의 완성도가 확 올라가고 어설픈 마무리도 커버가 되길 기대한다.


그다음은 전등 그리고 맨 마지막엔 바닥 장판을 깔면 진짜 끝이 날 것 같다.

아참, 나의 할 일은 아직 끝이 아니다. 베란다 지붕도 칠해야 하고 계단도 니스칠을 한 번 더 해줘야만 하니까.

비가 그치고 날씨가 훌쩍 서늘해질 즈음엔 우리의 집은 완공이 될 수 있겠지.

가을에 누군가가 방문을 하면 이 새 집에서 재워 줄 수도 있겠지.


셀프 집짓기.

누군가가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나는 뜯어말릴 것이다. 반드시 꼭 말리고 말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우리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비바람 막아주는 쾌적한 집에 산다는 것. 그게 이토록이나 많은 수고를 요구하는 일이었다니...


새삼스레 마음에 와 닿는 말.

- 약은 약사에게 집은 건축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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