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습니까. 그대들.
나는 잘 지냅니다.
하루도 안부를 묻지 않으면 입에, 손끝에 가시가 돋을 것 같았던 나날들. 그날들과 멀어진 지 벌써 세 계절이 지났습니다.
가을입니다.
지금쯤이면 우리 집 주변 산들과 나무들은 온통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야만 할 것 같은데 싸늘한 날씨와는 다르게 아직 청승스런 녹색을 감고 있는 것이 되려 을씨년스럽습니다.
이렇게 을씨년스런 가을이라 더욱 그대들이 생각나는가 싶기도 합니다.
딱 3년 동안을 뭔가를 쓰지 않으면 큰일이 생기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을 보냈었지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기대감과 그대들의 반응이 궁금해 지치지 않고 매일매일 쓸 수 있었던가 봅니다.
먼지 쌓인 비밀의 방 문을 힘겹게 열어 보이며 부끄러움을 나누기도 했던 그 시간들이 새삼 그립습니다.
그 후론 한 달에 한 편도 제대로 끄적이지 못하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내 글쓰기의 원동력은 역시 그대들이었단 생각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얼굴도 모르고 본명도 잘 모르고 그저 사는 곳 가족관계 등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던 우리들이었는데도 말이죠.
여전히 글들은 잘 쓰시고 계신지요.
여전히 카페는 잘 운영하고 계시겠지요.
여전히 병원 일은 바삐 돌아갈 거고요.
여전히 자녀들은 씩씩하게 잘 크고 있을 테지요.
그대들이 사시는 그곳도 이리 단풍이 비실대며 어설프게 물들고 있는지...
모든 게 궁금합니다.
그대들도 가끔은 나를 기억할런지요.
내가 그대들을 떠올리는 것처럼 그대들도 그러하길 감히 바라봅니다.
모처럼 오늘은 날이 화창하네요. 이번 가을은 맑은 날이 너무 귀하군요.
이런 날씨 속에서도 부디 건강하시길요.
우리가 하하 호호하던 그때보다 더 많은 글을 쓰시길요.
11월엔 산들이 고운 단풍으로 수놓아지겠지요.
그대들의 삶도 고운 단풍처럼 아름답게 수놓아 지길 기도합니다.
나는 잘 있습니다.
그대들도 모두 잘 지내시길...
2025년 시월 끝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