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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량밍 Jun 22. 2023

눈앞이 어두워 너무도 어두워

꺼내 볼래

SEVENTEEN_ 같이 가요



  하루하루가 막막하고 의미 없이 느껴지지만.



  돌고 돌아 다시 또 세븐틴. 이쯤 되면 내 취향 다 까발려지겠다. 허허...


  그래서 왜 또... 이럴까.

  당신에게는 알 수 없는 미래가 구역질이 나 참을 수 없었던 때가 있는가?

  나는 때로, 가끔 그때가 오면 꽤 자주. 구역질이 나곤 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나도 설명할 수는 없는 역겨움이라, 질식할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너무 깊은 곳을 보여줬나?

  ...

  솔직히 내가 누군지 모르는 당신들이기에 쉽게 꺼낼 수 있는 바닥일지도 모르겠다.

  이해를 바라진 않는다. 내가 설명도 하지 못하는 느낌-기분인가?-을 가지고 이해해 달라는 것도 웃기고, 누구한테 이런 걸 얘기한 적도 없고. 얘기할 생각도 못했다가 글 소재로 괜찮겠다, 싶어서 꺼내본 거니까.


  아무튼 그래서, 내가 냅다 바닥을 뜯어가지고

  "자! 여길 보세요! 여기가 밑바닥입니다!!!"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글이지만서도 끝까지 보여줄 생각은 없다. 뭐 좋은 거라고.

  날 아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못 본 척 지나가라. 재미없는 글이다.


  애초에 내가 쓴 글이 다 내 바닥을 보여주는 거지만, 나는 아직 다 보여준 적이 없다. 그리고 그쪽 바닥이랑 이쪽 바닥은 결이 달라서... 방을 옮긴 뒤에 보여준 느낌.

  그래도 소제목이랑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꺼냈잖은가, 내 이야기.


  내가 불안정한 사람은 맞지만 그렇다고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은 아닌 게, 생각보다 이것저것 하며 살고 있다.

  나태하지만 바쁘게.

  또 빈둥거리면서.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그게 내 직업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학원 보조 강사, 과외 선생님.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고 봐도 안 괜찮으려나.


  이야기가 이상한 길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미래를 두려워해본 적이 있는가?

처음에는 사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에는 번아웃이 아닐까 고민했다. 결국엔...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나는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싫고, 사람 많은 공간이 껄끄럽지만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은 또 미묘하게 싫다.

  간단하게 말해서 내적 관종? 대충 그런 사람이 나다.

  낯선 사람이 있으면 불편해서 나가고 싶어지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게 느껴질 정도인데!

  대학교에 들어오니 생각보다 앞에 나서는 일이 많아서 내심 힘들었다. 아주 즐기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졸업반.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이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진 것 같아 불안함이 크다.

  타인에게 보이는 나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괜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살고 있지만... 어떻게든 안 될 것 같다. 큰일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줄어들고
하고픈 얘기들은 늘어나고
각자의 고민을 꺼내고서
나이를 하나둘씩 세어 가는 우리들은
나를 꺼내어 보는 시간의 벽에 부딪혀
자나 깨나 용기가 넘쳤던 우린


  그런 숏츠를 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 난 서울대 갈 거야~!
중학생: SKY 가야지 ㅋㅋ.
고등학교 1학년: 인서울은 하겠지~
고등학교 2학년: 괜찮아... 경기권은...
고등학교 3학년: 선생님 제가 갈 대학이 있을까요???

  저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을(?) 깨닫는.

  내가 지금 그런 것 같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아~~~ 무 것도 준비된 게 없는데 사회로 나가야 한다니.

  용기가 넘쳤던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가고 고민을 꺼내고 나를 꺼내며 한계에 부딪히기만 하는지.

  친구를 만나도 이런저런 고민만 꺼내다 헤어지곤 한다.

  조금 더 좋은 얘기를 나눠도 될 텐데... 고민에 물든 성인들은 서로를 물들이다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서로를 만났던 10대에는 조금 더 알록달록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시커멓게 변한 것 같다.


  ...

  너무 부정적이었나.

  시도도 안 하고 걱정이 너무 많다, 싶겠지만 어쩌겠나. 이게 나인데.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사실 취업 준비 중이긴 하다.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현타가 와서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한 게 없던 사람인가,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사람인가...

  그럼에도 너는 될 거라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시 끄적이고는 있다.

  감정선이 너무 확 바뀐다 싶겠지... 만! 난 원래 이렇다. 이전까지의 글은 나름 낯가린다고(?) 점잖은 척(?)을 좀 해서 쓴 글이고(아마도...) 지금은 약간 정신줄을 놔서 진솔한 내가 나오는 중이다.

  나는 혼란스럽고 난잡하며 풍선인형처럼 쉽게 휘둘린다. 막 개업해서 이벤트 진행 중인 고깃집 앞처럼.

  불안과 불안이 나를 휘감고 있지만 문득 희망이 비치면, 일단 달려본다. 물론 난 달리기가 느리지만. 멀뚱히 보고만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일단 달려보는 거다.


  얘 또 말 이상하게 하네.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식 작가가 아니다. 한창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는 사회초년생이니까, 나보다 먼저 어른이 된 사람들이, 작가들이 조금만 예쁘게 봐주고 가르쳐주면 되는 거 아닌가?

  조금은 삐뚤게(?) 생각해 보련다.



지나치는 이름 모를
사람들처럼 의미 없게
지금 우리가 잊혀진다면
쓸쓸할 것 같아
매일 속에 그 어느 날
숨차게 지나가는
내일의 그 어느 날

세상이 반대로 돌아갈지라도

내 뜻대로 안 되는 하루하루가
안개처럼 흐릿하지만
수많은 길이 내 앞에 있어
세상이 반대로 돌아가더라도
우린 절대 길을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 거예요
같이 가요



  말했듯 나는 사회초년생이니까, 지금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원망하련다.

  내 존재가 크게 의미 없는 지금은 쓸쓸하고 미래가 구역질 나도록 두렵지만, 내가 이 길을 걷다 결국 도달하는 그 끝은 아름다울지 모르니까. 그때의 내가 조금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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