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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량밍 Jun 21. 2023

맞혀봐

어느 쪽이게?

IU_ 스물셋



  난 사랑이 알고 싶어.

  ...

  아닌가?



  나는 애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것만큼 합리화하기 좋은 단어가 없으니까.

  순애라는 단어도 좋아한다.

  뭐든 과몰입해서 깊게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나의 이야기가 끝이나도 그 후라던가, 과거라던가. 그러한 것들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물 간의 관계 속에서 순애로 인한 자기희생! 삐뚤어진 사랑! 빠그라진 인간상!! 그런 것이 너무 좋다.

  물론 현실에 그것이 적용되는 것은 싫다. 삐뚤어진 사랑은 범죄를 낳으니까 그만뒀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에 사랑愛이 들어간다고 하니 사랑에 관해 쓰고 있다 보니 괜히 글에 넣고 싶어졌다.

  이러니까 뭔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같... 지는 않나?

  아무튼 아쉽게도 그런 거(?)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사랑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애초에 연애 대상으로서의 '좋아한다'라는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더 혼란스러워질 것 같기도 하고?

  굳이 그런 걸 몰라도 잘 살아왔기도 하고. 나는 지금 나 사랑하기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것저것 다 가져다가 사랑이라 명하고 글을 쓰지만, 아직 사랑의 'ㅅ'도 모르겠다.

  왜 내가 사랑을 주제 삼았을까,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너무 어렵다. 알게 뭐람...

  게다가 글을 쓰면 쓸수록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이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라 혼란스러워져서 읽기 싫어 보인다.

  어차피 나한테는 내 새끼고, 내 글이라서 예뻐 보이긴 하지만. 독자들한테는 남의 새끼일 뿐일 텐데....

  혼돈 속에 있는 사람의 글이 혼란스럽지 않은 게 더 이상할지도.

  조금 혼란스러우면 좀 어때. 스물셋이면 아직 어린데.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 (Question)
뭐게요 맞혀봐요
I'm twenty three
틀리지 말기 Because
난 몹시 예민해요



  어른처럼 있다가도 아이처럼 굴고. 난 아직 아이이고 싶은데 가끔은 어른이고 싶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애들끼리 '난 말하는 감자인데!!'하고 놀기도 한다. 대학교 4학년이지만 나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감자다. 언어만 배운 감자다.

 교수님들 저는 감자입니다!

 라고 외쳐보고 싶을 때도 있긴 한데, 무슨 반응이 돌아올지 몰라 두렵고 그냥... 조용히 졸업해야겠다.


  사실 조용히 살겠다고 말하는 거 치고는 시끄럽게 살았다.

  아직도 오랜만에 찾아간 모교에서 '저 학과 학생회해요~'라고 얘기했을 때 '네가??'하고 신기하게 쳐다보시던 영어선생님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향인치고 외향인처럼 지내기도 했다. 내 MBTI는 I가 91% 나올 정도로 확신의 내향인이었는데, 학생회를 하면서 '네가 I라고?' 라든가, '네가 낯가린다고?'라던가 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나중에 다시 검사해 보니 사회생활능력이 올랐는지 I가 51%로 나오더라.

  진짜 수수께끼 같아졌다. 나도 날 모르겠다.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요즘 약간 저 상태로 사는 중. 혼란함이 MAX를 찍었는지 이거 해야지, 아 하지 말까? 그래도 해야지... 그렇지만 안 해도!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데... 결론은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돈은 많이 벌고 싶다.

  무한도전에 나온 박명수 짤처럼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나씩 줄이다가 조금씩 자유를 즐기고... 그래도 취업은 해야 하니까 취업 준비는 좀 하렵니다.

  돈이 여유가 생기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결국엔 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아무리 빙 돌아도 결국엔 사랑으로 돌아오는 게 우습지 않나. 조금만 더 이러면 귀여워 보일 지경이다.

  그렇지만 사랑도 결국엔 혼란스러운 감정 아닌가? 사랑은 모르지만 로맨스 소설과 영화는 좋아한다. 그렇다고 환상이 있는 건 또 아니지만... 현실이 아닌 사랑은 조금 더 클리셰가 있는 편이 좋다.

  혼란스러움이 점철되어 어지러워진 사랑이 좋다. 어쩌면 그런 사랑에 너무 빠져있어서 어려운 걸까.

  가족에게 외치는 사랑, 친구에게 장난처럼 던지는 사랑, 연예인에게 나도 모르게 던져보는 사랑이 나오는 건 너무 쉬운데 내 안으로 집어넣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사람을 막 좋아하는 성향도 아닌데 밖으로 던지는 게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조금씩 노력하면... 내 안에 남은 사랑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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