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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민 Jun 10. 2023

사죄

졸졸졸 흐르는 물을 보면서

물도 다 같은 물이 아님을

마음으로 읽어 알았는데

이 물이 어떤 이로움을 주고

저 물은 어떤 해로움을 주는지

생각하면서 살아야지


줄줄줄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이 비를 맞지 말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소리치기보다는

다음에는 맞지 말아야겠다고

이왕 맞는 김에 실컷 맞자고

하늘 보며 다짐하고 소리쳐라

 

어떻게 살아야 비를 피하고

어떤 길을 가야 해가 나를 찾는지

이제 알 것 같다며 큰소리쳐도

때론 진흙탕을 만나는 게 예산데

되는대로 가는 느슨한 길

머지않아 가는 길은 먹구름이다

 

잘 살았다고 큰소리쳐도

생각만큼 걸어왔겠는가

욕심을 버리면서 손을 턴 덕에

마음이 가벼워진 게지

예고 없는 소나기에 몸은 적셔도

마음은 적시지 않고 살아야지


옷은 젖으면 갈아입으면 되고

젖은 신발이야 말리면 되지만

가슴을 적신 빗물은 언제 닦이고

뭘로 닦아야 닦을 수 있을까

네 탓에다 세월 탓까지 보태지 말고

언제나 내 탓으로 살아가라


때로는 한없이 비가 내려서

얼굴은 적시더라도

빗물에 눈물 섞지 말고

남들이 눈물을 몰라봐도

눈물과 빗물의 무게를

스스로 아는 게 중요하지


빗물 속에 눈물을 감추려 말고

비 내릴 때 참은 눈물 흘리지 말고

차라리 선명하게 하늘이 웃을 때

조용히 흐르는 눈물 내보이며

밝은 햇살에게  눈물 말려 달라

이제 마지막 눈물임을 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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