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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민 Jun 04. 2023

6월의 꽃


자로 잰 듯 모내기하는 논에는

이제는 굽은 허리를 볼 수 없듯

천둥소리를 내며 기계가 지나가고

정성스러운 손길도 숨은 지 오래다


농부들의 구부정한 허리는

마늘 밭으로 옹기종기 모였고

집을 부르듯 노을은 넋 놓고 기다리고

허기도 모른 채 움직이는 손길은

마늘 밭을 빨갛게 물들였다


저 건너편 수확 끝낸 마늘 밭에는

긴장한 듯 이삭 줍는 아낙네의 손길이

보름달을 친구 삼아 어둠을 즐긴다


농부들은 6월의 꽃을 피웠고

길가 파릇한 논두렁에는

하품하며 아침을 여는 듯

나팔꽃도 함께 피어올랐다









어머님께서 얻었다는 마늘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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