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잰 듯 모내기하는 논에는
이제는 굽은 허리를 볼 수 없듯
천둥소리를 내며 기계가 지나가고
정성스러운 손길도 숨은 지 오래다
농부들의 구부정한 허리는
마늘 밭으로 옹기종기 모였고
집을 부르듯 노을은 넋 놓고 기다리고
허기도 모른 채 움직이는 손길은
마늘 밭을 빨갛게 물들였다
저 건너편 수확 끝낸 마늘 밭에는
긴장한 듯 이삭 줍는 아낙네의 손길이
보름달을 친구 삼아 어둠을 즐긴다
농부들은 6월의 꽃을 피웠고
길가 파릇한 논두렁에는
하품하며 아침을 여는 듯
나팔꽃도 함께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