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간장계란밥이었다.
어릴 적에 나는 왜 그렇게 밥이 먹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아침엔 더 입맛이 없어 아침 식탁에 앉는 자체가 곤욕이었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엄마는 아침부터 밥을 한 공기씩 주셨다.
차려준 밥을 다 못 먹으면 엄마한테 한소리 듣는 게 무서워 입에 꾸역꾸역 넣고 학교 간 적도 있다.
어느 날은 힘들어하는 나에게 아빠가
본인 밥 위에 내 밥을 덜라고 하는 눈짓을 주었다.
그럼 나는 얼른 크게 밥 한 수저 떠서 아빠가 밥 위에 올려두었다.
또 다른 날에는
밥을 꿀떡꿀떡 잘 삼키는 아빠의 입을 보면서 속도를 맞춰보려도 해봤다.
내가 하두 밥을 잘 안 먹으니 엄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를 구워주셨다.
하지만 어린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간장계란밥이었다.
흰밥에 계란프라이, 마가린 한 덩어리 올려서 간장 쪼르륵 따라 비벼주면
그게 어찌나 맛있는지 그야말로 "꿀맛"이다.
나는 지금도 간장계란밥을 좋아한다.
아침에 가끔 간장계란밥을 해 먹으면 엄마 생각이 난다.
왜 엄마들이
"시집가서 너 같은 딸 낳아봐." 하는데
나는 나보다 더 한 딸은 낳았다.
우리 딸도 그렇게 밥을 안 먹어서 내 애간장을 많이 녹였다.
요즘엔 세상이 얼마나 좋은지
태어난 아이들을 1번부터 100번까지 순서를 매겨주는 영유아 검진을 한다.
우리 아이가 50번이 아니면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우리 딸은 키와 몸무게가 거의 10번 안쪽이었다.
그저 보통으로 키우고 싶었던 나는 아이 먹는 음식에 엄청 심혈을 기울였다.
삼시세끼 엄마표 음식에 중간에 간식까지
안 먹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키웠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입이 짧았던 아이는 나의 노력에도 보통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어느 날 하두 밥 안 먹는 아이에게
내가 좋아했던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었는데.
한입도 먹지 않았다.
우리 딸은 계란밥을 아직도 입에도 대지 않는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커서 어릴 때보다는 잘 먹고 있다.
우리 딸은 그런다.
"엄마 왜 그렇게 밥 먹으라고 하는 거야. 나 아침 먹기 싫어."
하는 아이에게
'너도 시집가서 너랑 똑같은 딸 낳아봐.'
라고 말하려다 속으로 꾹 삼킨다.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가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내 배도 든든한 느낌이 들고
아이가 아침을 잘 안 먹고 가면 점심시간까지 얼마나 배고플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다.
아이를 키워보니 예전의 애간장 녹았던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