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줄기볶음

by 송 미정

어릴때 나는 양옥집에서 살았다. 지하, 일층, 이층으로 구성된 집이었는데 층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 살았었다.

아파트가 많이 없던 때여서 우리 집 옆에 앞에 또 다른 양옥집이 있었고

그 집에도 나와 비슷한 또래가 살아서

골목에서 "00아! 놀자~~"하면 몇 명이고 나오는 그런 골목에서 살았었다.

고무줄 하나면 해가질 때까지 놀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은 동네였다.


나는 그 집을 떠올리면 시원했던 나무재질의 거실이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쯤 여름이었던 것 같다.

그 거실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지금보다는 훨씬 젊었던 우리 엄마가

초록색 완두콩을 까고 손끝이 까매지도록 고구마줄기 껍질을 벗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 나는 어김없이 지하와 이층에 있는 친구들이랑 앞 골목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미정아! 영심이 한다! 얼른 들어와~"하면서

집안에서 엄마가 나를 불렀다.

영심이를 볼 생각으로 신나는 마음으로 들어오다

바닥에서 미끄러져 무릎부터 종아리까지 다 까지는 대 참사가 벌어졌다.

그 동네에서 엄살이라면 1등인 나는

동네가 떠나가라고 눈물을 흘렸다. (근데 지금도 생각날 만큼 진짜 진짜 아팠다.)


동네가 떠나가도록 우는 소리에 엄마와 할머니가 놀란 얼굴로 나와

울고 있는 나를 질질 끌고 집으로 올라갔다.

엄마와 할머니가 다친 다리를 좀 보자고 하면

혹시 만질까 봐 기겁을 하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하두 우니깐 우는 나를 달래준다고 할머니가

영심이를 얼른 틀어주셨다.

하지만 다친 다리가 하두 화끈거려 재밌는 지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 통증이 나아져갔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탁으로 나가보니

완두콩밥과 고구마줄기볶음이 있었다.

편식이 심했던 나는 완두콩 밥이 먹기 싫었다.

'다리도 아픈데 완두콩 밥이라니.. 아빠도 없는데 큰일 났다.

아빠가 있으면 콩 다 먹어줬을 텐데'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완두콩을 밥공기 옆에 하나씩 하나씩 몰래 빼놓고 계란프라이랑 같이 먹고 있었다.

할머니가

"이거 한 번만 먹어봐." 하면서 고구마줄기볶음을 밥에 올려주셨다.

편식이 심한 나는 거부했지만

"딱~ 한 번만." 하는 할머니의 부탁에 밥과 고구마줄기볶음을 입에 넣었다.

웬걸

입맛에 잘 맞았다. 참 맛있었다.


그날 이후 할머니와 엄마는 내가 잘 먹는다며 더 손이 까매지도록 고구마줄기껍질을 벗겼고

다리 다친 나는 등을 대고 누워서 엄마와 할머니가 하던 이야기를 뒹굴뒹굴하면서 들었다.


그 이후 고구마줄기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오늘 마트를 갔더니 고구마줄기가 있었다.

보는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도 그 당시 젊었던 엄마도 보고 싶었다.

반가움, 그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오늘은 시골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해 고구마줄기볶음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봐야겠다.

저녁반찬으로 우리 딸한테 만들어 줘야겠다.

완두콩 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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