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의 설문지조사
지난주엔 휴일이 많아서 그런지 이번주는 화요일밖에 안 됐는데 유난히 힘들다.
글을 쓰기 전엔 내 피로한 마음을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곤 했다.
남편은 내 피로한 말들에 점점 시들어 가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공감하며 들어주던 이는 온 데 간데 없어졌다. 지금은 말하려고 하면 "조용히 좀 해줘"라고 한다.
그래서 이젠 속 터지는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내 말을 일방적으로 쓰고, 아무도 맞장구 쳐주는 이가 없는데도 글로 적으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젠 글로 내 마음을 정리한다.
직장에서 한 달 전쯤에 구내식당 설문지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 조사를 하라는 말은 구내식당이 맘에 안 든다는 신호탄이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별 수 있겠나 하라면 해야지.
설마설마했는데 역시 설문지 조사 결과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악플'이라고 하나?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들, 나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적혀있었다.
읽으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중에는 헛웃음도 나왔다.
찢어 버리고 싶었으나 사적인 내용이 아닌 업무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
통계를 냈다. 그 덕분에 보기 싫은 설문지를 보고 또 봤다.
그리고 현시점으로 한 달쯤 지났다.
오늘은 참 피곤한 하루였다.
운전하면서 제발 신호에 많이 걸려 천천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가려고 하니깐 가슴이 떨리면서 손에 땀이 났다.
시간이 지나 내 마음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나 보다.
내 앞에서는 "잘 먹겠습니다."하고 인사하는데
뒤에서는 "병신 같은 메뉴 니 자식한테는 먹일 수 있겠냐."라고 한 사람들에게
이제 더는 배식대에서 웃으며 서 있을 수가 없다.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표정을 가리기 위해서 어디론가 숨고 싶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퇴근하면서 딸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예민한 마음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튀어나왔다.
아이가 뭐라고 말하는데
"본론부터 빨리 말해. 피곤하게 길게 말하지 말고."라고 이야기해 버렸다.
뽀죡한 마음이 가족들 가슴에 화살이 되어 꽂히고 있다.
집안 분위기는 얼어버렸고 딸아이는 눈치 보며 자기의 할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브런치의 글이고 뭐고 무슨 일 있어도 일찍 잔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할 말을 털지 못하면 더 큰 병이 날 것 같아
컴퓨터 앞에 앉아 적어본다.
가족 모두 잠든 이 시간
딸아이에게 제일 미안하다. 아이에게 못난 감정을 보인 것 같다.
회사의 감정을 집에까지 가져오는 건 아닌데.
이런 내가 나도 밉다.
나는 지금 안갯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며칠 전 회사로 고민하는 나에게 신랑이 한마디 해주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은 사회생활에서는 틀린 말이야.
"피할 수 있으면 무조건 피해"라고 했다.
아직도 수요일밖에 안 됐잖아...
절망이다.
아 절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