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이 맛은 할머니 맛이 아니야.

by 송 미정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딸아이가 입맛이 없다고 한다.

집에 반찬 될만한 게 없어서 마트에 가자고 한다.

매일 마트에 가도 반찬이 없는 게 참 미스터리하다.


마트 안에서 딸아이가 내 손을 잡아끈다.

"엄마 나 이거 먹어볼래." 하면서 잔치국수를 가리킨다.

딸은 사실 라면이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집의 규칙은 주말에만 라면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차마 라면 먹고 싶다고는 못하고 대체품으로 이걸 찾은 모양이다.



SE-55436bf3-0b25-4907-ab97-5fbdf9b5935f.jpg?type=w773


솔직히, 목요일쯤 되면 나도 밥 하기가 살짝 귀찮아진다.

고민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기뻤다.

왜냐하면 이런 제품들은 너무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 대신 이걸 사는데 이것만 먹으면 좀 그러니깐 고기도 조금 먹는 거야."

하고 구매한다.


세상이 너무 좋아졌다.

안에 내용물은 너무 심플했고 조리과정도 간단했다.


물이 끓는 동안

요즘 고민인 회사 구내식당이 떠올랐다.

국수는 구내식당에서도 자주 나가는 음식 중 하나이다. 내가 영양사를 시작하던 때만 하더라도 국수는 선호도가 참 좋은 음식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구내식당 고객들은 탄단지를 맞춰달라는 요구들을 하면서 국수가 싫다고도 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배부르게 먹고 싶어 했지만 지금은 소식하며 탄단지를 맞춰 먹고 싶다는 요구들이 많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고객들의 원하는 바가 달라진 것이다.




어찌나 조리하기가 편리한지 소면을 찬물에 씻을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SE-fc047d86-be0e-4868-988d-400b6f766657.jpg?type=w773

한 그릇 담아 저녁상을 차렸다. 아이가 먹어보더니

"이건 할머니 맛이 아니잖아." 하더란 말이다.

"할머니 맛이 뭐야?"

"정확한 건 이런 맛이 아니라는 거야."

"에이, 뭐야~맛만 좋구먼."


잔치국수 맛은 정말 좋았다. 면이며 육수맛이며 너무 훌륭했다.

소면은 너무 부드러웠고 육수도 깊은 맛은 아니지만 먹을만했다.

우리 딸보다 더 어린 유아들이 먹기에도 좋을 것 같고,

캠핑 갔을 때나 놀러 갔을 때 간단하게 먹기 딱 좋은 음식인 것 같았다.


'아이야.

할머니 맛은 할머니만 낼 수 있는 거야.

엄마도 낼 수 없단다.'라고 혼자 속으로 말했다.


세상이 좋아져 ,

조리과정이 간단한 음식도 좋지만

단언컨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맛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엄마에게 잔치국수의 비법을 물어봐야겠다.

엄마의 비법과 나의 사랑과 정성을 넣어 아이에게 잔치국수 맛있게 만들어줘야겠다.

다음엔 아이가 내 잔치국수가 먹고 싶게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추부침개와 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