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탁에는 국은 없어도 늘 마른반찬들이 있었다.
성격이 급한 아버지 영향일 것이다.
어릴 때 아빠가 식사하는 모습을 유심히 볼 때가 많았다.
아빠는 정말 식사를 빠르게 했다.
밥 먹기 싫은 어린 나는 부러움과 신기함으로 그런 아빠를 살펴보았던 것 같다.
국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냉수 한 그릇 있었다.
여름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계절 내내 물을 국처럼 떠 놓았다.
그러면 아빠는 거기에 뜨거운 밥을 말아서 훌훌 드셨다.
뜨겁지 않은 밑반찬과 함께 말이다.
더운 여름에는 얼음도 몇 개 넣고 고추장을 넣어서 밥을 말아 드시기도 했다.
밥 먹기 싫던 나는 빠르게 씹어 삼키는 아빠가 부럽기도 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하던 카센터를 접고 5년 전부터 농사일을 시작하셨다.
처음 2년 동안은 엄마 없이 혼자 내려가서 일을 하셨다.
라면 정도밖에 못 끊이던 아빠였는데 혼자 계시다 보니 이젠 웬만한 음식은 만들 줄 알게 되셨다.
그중에 내가 놀랬던 음식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명엽채볶음"이었다.
명엽채란-명태의 살을 얇게 저미고 양념을 하여 말린 다음 잘게 찢은 고기-<네이버 국어사전>
"아빠~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어떻게 만든 거야? 너무 맛있는데!"
만들어둔 명엽채를 손으로 정신없이 집어 먹었다.
진심으로 맛있었다. 딸아이도 맛있다면서 옆에서 열심히 먹었다.
바삭하고 달콤했다. 맛있는 과자 같은 느낌이었다.
"밥반찬인데 그렇게 맨 입에 그렇게 많이 먹으면 어떻게.."
"명엽채볶음은 엄마가 하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것 같아!"
아빠 나 레시피 알려줘! 어떻게 만든 거야?"
"어려울 것도 없어.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서 볶아.
그러다 설탕이랑 맛소금을 넣으면 끝이지 뭐."
아무것도 아니라며 설명하는 모습이,
엄마가 아니라 아빠에게 음식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이
참 생경한 느낌이다.
집에 오자마자 마트에서 명엽채를 한봉 사 왔다.
아빠 성격을 빼다 닮은 나는 모든 요리를 센 불에 한다.
그러다 보니 역시나 좀 탔다.
"아빠, 이거 왜 이렇게 빨리 타는 거야?"
"아.. 그 이야기를 안 해줬네. 금방 타니깐 빨리 볶아줘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좋아!
탄 부분이 더 바삭해서 맛있다.
카센터를 하면서 점심시간이라는 시간이 따로 없던 아빠는 차 한 대라도 더 빨리 고쳐서
우리들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왜 그렇게 아빠가 그렇게 밥을 빨리 먹어야 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