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도 아닌 15년 차 주부이자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생전 처음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보려 한다.
오이무침은 눈감고도 맛있게도 만들 수 있지만
오이소박이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만들기 전부터 떨렸다.
퇴근하고 마트에 가 보니 제철 오이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오이 옆에는 오이지 담글 오이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맛있게 만들 자신도 없고, 많이 먹을 식구도 없어 조금만 구입한다.
만들기 전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나 오늘 오이소박이를 좀 만들어보려고. 백종원 레시피를 봤더니 풀을 쑤라고 하던데."
"풀 쑬 것도 없어, 그냥 해."
"오~ 그래? 다행이다.
(사실 나는 풀 쓰써서 만드는 게 자신이 없다.)
" 엄마 오이절일 때 말이야 뜨거운 물 부어야 하는 거야?"
"뜨거운 물 붓지 말고 물에 소금 넉넉히 넣고 절여. 한 시간은 절여야 할 거야."
(뜨거운 물에 오이가 팍 익어버릴까 뜨거운 물 붓는 게 무서웠다.)
내가 두려워하던 게 해결되니 자신감이 솟아 낫다.
자 그럼 한번 시작해 볼까.
오이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4등분 해준다.
그리고 부추가 들어갈 수 있게 열십자를 낸다.
오이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소금을 한 움큼 넣어 소금물을 만든다.
나중에 보니 이 소금물이 핵심이다!
오이가 잘 절여졌는지 아는 방법은 오이가 휘어지면 된다고 했다.
기다려본다.
한 시간쯤 됐을 때 양념을 만들어 본다.
당근과 양파 넣지 말고 무만 채 썰어 넣어라고 신신당부했던 엄마의 말을 떠올리면서
부추를 썰어 갖은양념을 넣고 맛있게 만들어 본다.
내 감으로 넣는데 어쩜 양념이 맛있는 건지.
이제 오이 속에 양념을 넣어본다.
양념이 부족하지 않게 조절하면서 오이 안에 넣었다.
만들고 바로 엄마와 신랑에게 카톡으로 오이소박이 사진을 전송했다.
엄마의 답장은
"사진에는 꽤 그럴듯하네. "
신랑의 답장은
"먹어봤어? 이야~대단한데."
오이소박이 맛이 궁금했던지 퇴근하자마자 신랑이 먹어보더니
하는 말
"우리 집에 오늘 장모님 왔다 가셨어? 이거 진짜 맛있다."
라며 폭풍 칭찬을 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오이소박이는 무르지 않았고 한 개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오이무침보다 훨씬 근사한 오이소박이 만들어 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여름이 가버리기 전에 이 금손으로 오이지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