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들 만나면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피자와 닭강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먹고 자는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숨만쉬어도 몇 번이고 블라우스의 단추가 터지고 치마의 허리도 자주 수선을 해야 했었다.
우리 학교는 공부를 꽤 시키는 학교로 유명한 곳이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10시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야간자율학습을 했어야 했다. 비극에도 늘 희극이 존재하듯
학부모회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피자나 치킨을 교실로 보내주었다.
이런 간식들이 오는 날은 교실 분위기가 달라진다.
"반장~오늘 야자 때 뭐 온데?"
"오늘 피자."
"오예~ 오늘 나 야간 땡땡이칠라고 했는데 피자 먹고 가야지~.“
"아 맞다! 오늘 00이 일찍 집에 가잖아. 걔꺼까지 피자 내가 접수한다!."
쉬는 시간에 L사이즈 피자가 여러판 도착한다.
피자는 입속으로 들어갈 때도 죽이지만 냄새부터 사람을 미치게한다.
6명에 한판씩이다.물론 콜라도 1.5L짜리도 준다.
이런 날은 야자를 하는 건지 간식파티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시끌벅적해진다.
활기라곤 없는 삭막한 고3교실에 치킨과 피자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우리 학교 안엔 매점 있었지만
나는 매점 보다는 학교 앞 분식점을 더 많이 이용했었다.
분식점이라 하면 떡볶이를 생각하겠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 학교 분식점에 인기 메뉴는 바로
'닭강정'이었다.
컵에 담는 닭강정이 아닌
철판에 있는 뜨끈뜨끈한 닭강정을 이쑤시개로 집어 먹는 것이다.
10시에 하교하면서 친구들과 우르르 분식점으로 달려간다.
우리뿐 아니라 이미 많은 학생들이 그 철판 앞에 포진해 있다.
그 사이를 이쑤시개를 들고 비집고 들어가 빨간 양념이 잔뜩 묻어있는 닭강정을 꼭 집어
입에 넣는다. 그 닭강정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내 블라우드 단추와 치마 사이즈 수선에 많은 공을 세운 메뉴이다.
"애랑 나랑 8개 먹었어요."라고 하지만 사실 몇 개 먹었는지는 주인아주머니도 내 친구도,
나도 정확하게 모른다.
나중에 분식점 닭강정 이야기를 하면
우리 참 덤으로 많이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분식시스템이 옛날이니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 같으면 절대 없을 일이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공부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급식에 대한 기억이나 매점, 분식점에 대한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음식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편한 음식들이 개발되어 나오고 있다.
미래 공상 영화를 보면 알약 한알 삼키는 모습이 나오는데
다른 건 다 맞아가지만 음식은 틀렸다.
떡볶이는 여전히 떡볶이로 먹어야 한다. 게다가 더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예전 고3 시절에 교실에 먹었던 피자맛.
하교하고 친구들과 먹었던 닭강정 맛은
내가 아무리 찾아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 맛은 내 마음속에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만 알 수 있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