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화채-그 맛은 빨간 맛

by 송 미정

구내식당에서 수박이 후식으로 제공된다는 건 '특식'이라는 뜻이다.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기에는 10년 전이나 현재나 항상 식단가가 부족하다.

하지만 여름엔 "복"들이 있다.

그럴 땐 대표님들이 회사 직원들을 위해 점심에 삼계탕 특식을 해주라고 하신다.

닭값을 지원받기 때문에 과일을 후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수박은 하루 전에 발주해서 냉장보관을 해둔다. 그래야 시원하게 화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 한 덩이를 싱크대에 올려 물을 틀어 껍질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도마에 올려 반으로 쫙 갈라준다.


맛있는 수박 고르는 여러 방법이 많이 있지만 반을 잘라보기 전엔 맛이 어떤지 모른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맛있는 수박은

칼을 대기만 해도 "쫙"하고 갈라지는 수박이다.

이런 수박은 맛볼 것도 없이 꿀이다.


초록색 단단한 껍질 안에 생각지 못한 빨간색이 나온다.

수박은 참 반전의 과일이다.

게다가 과일 중에 이렇게 큰 과일은 수박 밖에 없을 것이다.

크기가 커서 인지 여러 명이 먹어야 더 맛이 나는 과일인 것 같다.



수박이 참 달았던 때는

여름 시원한 계곡물에 담갔다 엉망으로 갈라 먹는 수박이 맛있었던 것 같다.

계곡에서 동생들과 신나게 수영을 하다 먹는 수박의 달콤한 맛

수박씨를 툭툭 뱉어가면서 수박물이 손이며 옷에 다 묻어 끈적해져도 그게 참 재밌었다.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나서는 컵라면이 진리지만

계곡에서 놀고 나서는 수박만 한 게 없다. 더위가 날아가는 맛이다.




오늘은 화채를 만들어볼 것이기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고 깍둑 모양으로 썰어준다.

사이다 한 병, 밀키스 한병 후르츠캔 한 캔을 넣어준다.

그리고 돌얼음을 와르르 부어준다.

계곡에서 먹었던 맛은 아니지만

탄산의 톡 쏘는 맛과 수박의 단맛이 어우러져 후식으로 그만이다.


요즘에는 수박 한 통 사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나눠 먹을 이웃사촌이 많지도 않고 그리고 수박껍질 처리가 참 곤란하다.


고민하다 한번도 못먹어볼 수박을 올해도 내가 일하는 급식소에서 맛을 봤다.

계곡에 담가 먹는 열정의 빨간 맛,

수박의 참맛을 오랜만에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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