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도시락은 넣어두세요.
오늘은 아이가 수영장으로 생존수영 현장학습 가는 날이다.
준비가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의 우리 딸은 본인 스스로 준비해 놓기 때문에 걱정이 없지만
자기 마음에 드는 게 나타날 때까지 수영장 가기 한 달 전부터 쿠팡 쇼핑몰에서 수영복, 수영모, 수경, 수영가방까지 고르고, 고르고 또 골랐다.
쇼핑하는 정성으로 숙제나 좀 빨리 하면 좋겠는데 숙제는 늘 미루다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간신히 하는 그 꼴을 볼 때마다 속이 좀 터진다.
게다가 우리 딸은 잔소리 폭격기다.
수영장 가기 전날,
어김없이 딸아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엄마!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내 도시락 싸놔야 해. 늦게 깨우면 절대 안 돼."
아이의 잔소리는 아주 강력해서 내 정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나는 늘 늦게 잠자리에 드는데,
이날은 딸아이의 잔소리의 효과가 있었는지 일찍 누웠다.
수영장 가는 날
7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렸고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과일을 집안으로 들여놓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여름이라 상하지 않는 음식으로 준비한다.
워킹맘에게는 예쁜 것보다는 빨리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도시락이 필요하다.
첫째 날의 도시락은 유부초밥으로 정했다.
유부초밥만 싸기는 아쉬우니 롤식빵도 함께 넣어준다.
새벽배송으로 온 과일을 깨끗하게 씻어 도시락에 넣어둔다.
수영장 다녀온 딸의 도시락을 열었더니
유부만 남기고 속 안에 밥만 다 먹은 빈 도시락을 가져왔다.
"오늘 수영 어땠어?"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너무 무서워서 친구손을 꼭 잡았는데
거기 선생님이 친구손 잡지 마세요.라고 소리 질러서 나 너무 무서웠잖아.
눈물 나려는 걸 꾹 참았어."
아이의 생존수영 후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영만 배우는 게 하는 게 아니고 다이빙도 하고 소화기로 불 끄는 방법
바다에서 배에서 사고가 나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엄마, 내일은 정상 등교야. 오늘 보단 좀 늦게 일어나도 괜찮아."라는
마지막 잔소리를 들으면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
맞춰둔 알람을 들었지만 나도 모르게 알람을 끄고 또 잠이 들었다.
그러다 벌떡 눈이 떠졌다.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의 도시락 메뉴는 무스비이다.
무스비의 밥은 유부초밥의 식초와 후레이크를 이용해서 만들고 안에 햄만 넣어 김으로 말았다.
아이가 둘이 아닌 게 너무 다행이다 싶은 날이었다.
어제와 똑같은 식빵롤에 같은 과일을 넣어준다.
둘째 날 수영도 무사히 잘 다녀왔고 나도 이제 도시락 싸기에서 해방되었다.
딱 이틀이었지만 회사 갈 준비도 해야 하는데 도시락을 싸준다는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녀온 아이의 도시락 통이 텅텅 비어있는 걸 보면 그게 또 행복했다.
우리 딸은 잔소리가 심해 힘들지만
캐릭터 도시락 같은 손이 많이 가는 도시락을 원하지 않아서 그것이 참 고맙다.
잘 다녀와서 고맙고 잘 먹어줘서 고맙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급식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