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보양식이라고 해서 백숙을 많이 먹게 된다. 뭐 옛날에야 먹을 게 없어 잘 못 먹고사는 시대였으니 삼복을 챙겨야 했겠지만 요즘은 다들 잘 먹어 복날을 꼭 챙겨야 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니는 구내식당에는 복날 삼계탕 이벤트를 한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많은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때쯤엔 닭값도 장난 아니다.
어려운 살림이 7월엔 부쩍 더 어렵게 된다.
살림이 어렵다고 해서 초복에 닭을 제공하지 못하면 섭섭하다.
삼계닭-냉장으로 400-500g으로 발주한다.
거의 모든 삼계닭의 크기는 400-500g이다. 닭 안에 들어가는 부재료에는
찹쌀, 통마늘, 대추, 황기, 삼 등이 있고 국물 내주는 삼계탕 부재료를 시켜준다.
여기서 삼계탕 부재료란 우리가 국물 맛을 낼 때 코인육수를 쓰는 것처럼
삼계탕 국물 낼 때도 이 부재료라는 것이 코인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닭을 정성껏 씻어 속 안에 불려둔 찹쌀과 마늘, 대추를 넣어 닭다리를 꼬아준다.
많은 닭의 다리를 꼬다보면 눈으로 하두 먹어 먹기도 전에 질려 버린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물에 빠진 닭의 가슴살은 정말 먹기 싫다.
그래서 나는 다리만 쏙쏙 빼먹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죽을 한 대접 먹는다.
사실 삼계탕의 꽃은 영양죽인 것 같다.
간이 잘 된 영양죽을 훌훌 먹어준다.
영양사를 하면서 제일 힘들 때는 바로 초복인 것 같다. 일단 날씨가 더워서도 힘든데 초복이라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더 지치는 것 같다.
예전엔 삼계탕을 하기 전날 꿈에서도 삼계탕을 끊였던 적도 많았다.
이젠 삼계탕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여전히 힘들다.
삼계탕에 빠질 수 없는 섞박지, 구내식당의 빠질 수 없는 후식 요구르트
이걸 같이 먹어줘야 입가심까지 끝난다.
배식대에 서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지켜본다.
닭 삶느라 힘들었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슬쩍 나온다.
게다가 고객분들이 나가면서 "오늘 고생하셨어요" .라든지 " 참 맛있었어요. "
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면 땀이 싹 씻겨가는 느낌이 든다.
복날이 힘들지만 고객들의 이런 말 덕분에 나는 여직 영양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초복이 지났다.
아직 중복, 말복 갈길이 많이 남았다.
늘 그랬던것 처럼 모두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