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까지 10년 걸림
자기 전 인터넷으로 장을 본다. 신선식품들 말고 냉동식품 위주로 장바구니에 담는다.
신나게 담다 우리 집 냉동실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도 꽉 차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는 냉동실.
정리해야지 해야지 한 게 10년이 된 것 같다.
드디어 나는 오늘 냉장고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만만한 냉장고 칸부터 정리해 본다.
오늘은 기필코 냉장고에서 제일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묵은 김치를 정리하려고 한다.
엄마네 집에서, 시어머니 집에서 언제 가져온 건지도 기억도 나지 않는 김치통들을 꺼낸다.
꺼내놓고 보니 통이 큰 산이 되었다. 타파는 증식설이 있던데
찬장에도 냉장고에는 계속해서 증식하고 있었다.
그 다음 야채칸
언제 산 건지, 시들어 먹을 수 없는 야채들이 모두 녹아 수분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다.
냉장고 벽에 붙어 있는 선반에는 색색깔의 소스들이 있다.
늘 다 먹지도 못하면서 왜 종류별로 사는지 모르겠다.
소스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유통기한을 다 넘겨버렸다.
자 마음의 준비하시고
고난이도 냉동실 정리고 넘어가 보자.
눈에 보이는 가운데 칸부터 꺼내본다.
도대체 먹지도 않는 옥수수는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이건 뭐야' 검은 봉지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밤이 들어있었다. 밤이라니...
그외에도 먹지도 않을거면서 정성스럽게 싸둔 생선은 또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세상에...
얼음주머니는 많이도 쟁여놨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찾질 못해 쓰지도 못했지
그다음 빵과 떡. 많기도 많다. 이제부터는 빵, 떡 절대 금지!
절대 가져오지도 말자!
밖으로 빼놓으니 못먹은 식재료가 참 많다.
산처럼 쌓여있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여러 번 버리고 온 남편이
"우리가 버린 음식물 몇 키론 줄 알아? 무려 30킬로야." 했다.
우리 가족은 먹지도 않는 음식을 30킬로나 지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을 보호한다면서 물티슈 안 쓴다며! 채식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이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의 냉장고 맞아? "라고 남편이 말했다.
"뭐, 나 혼자 먹는다고 샀나?"라고 빽 소리치긴 했지만
역시 우리 남편은 맞는 말을 잘하고 정곡을 잘 찌른다.
오랜만에 정리된 텅텅 빈 냉동고를 보니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정리의 첫 번째는 비우기라고 하는데
틀렸다.
그보다 더 먼저 해야 하는 건 정리한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마음먹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세상살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데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
입으로만 말고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