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에 김치를 만들며 겨울을 맞이하는 것처럼
여름이 오기 전에 왜 오이지를 만드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오이지야 말로 여름 최고 맛도리 반찬이다.
며칠 전 엄마네 집에 놀러 갔다.
"와서 이것 좀 먹어봐 “
손으로 집어서 막 무쳐둔 오이지를 입에 넣어본다.
아니, 이 맛은 美味!!
“우악! 뭐야~뭔데 이렇게 맛있는 거야! 엄마! 오이지무침 미친 맛이네! 너무 맛있어. “
“엄마가 못하는 게 뭐야 와서 무치는 거 배워가. “
김치냉장고에서 오이지를 꺼내오셨다.
금세 오이를 착착착 썰고 썬 오이지를 면포에 담아 꽉 짠다.
“나는 이렇게 면포에 짜는 걸 하기 싫더라. “
“이런 것도 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아야지”
양푼이에 물기 꽉 짠 오이지를 담아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엄마가 오이지 줄게 집에 가서 무쳐 먹어봐."
오이지 20개 가져가라는 엄마를 진정시키며 8개만 가져왔다.
그런데 지금 너무 후회한다. 오이지 8개는 너무 적은 양이였던 것이다.
엄마가 준 오이지와 엄마가 알려준 양념으로 버물였더니 엄마의 손맛과 얼추 비슷하게 나왔다.
어쩜 이렇게 꼬들하고 맛있는지 모르겠다.
갓지은 쌀밥에 계란프라이, 오이지 넣고 고추장 조금 넣고 싹싹 비벼본다.
여름철 이만한 반찬이 없다.
밥에 비벼 먹다 소면 삶아 비벼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으며 또 먹을 생각을 하니 이번 여름에도 다이어트는 틀렸다.
틀려도 좋다.
이 정도 나이 먹으니 오이지의 참 맛을 알게 되어 기쁘다.
여름에 오이지무침을 안 먹고 넘어가는 건 여름을 허투로 보내는 것이다.
한 여름의 맛도리는 누가 뭐래도 오이지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