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업무의 특성상 여름휴가라는 게 없었다. 아니 있었겠지만 휴가를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일도 그렇지 마 집에 3명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각각 시간이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아이방학, 신랑 휴가기간, 내 휴가기간이 잘 맞아떨어져
드디어 10년 만에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게으르고 미리 준비하지 않는 스타일임으로
이번에도 벼락치기로 여행지를 알아봐야 했다.
휴가 떠나기 일주일 전 신랑의 카톡
"횡성으로 1박 2일 가자. 펜션도 구했어."
세상에 이렇게 섹시한 카톡 내용은 없을 것이다.
사실 살면서 신랑이 멋져 보일 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또 말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횡성으로 여행을 떠났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막히면 막히는 대로 늦은 점심 먹고
일정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마음이 편했다.
이런 게 휴가가 맞지 싶었다.
신랑이 구한 펜션에서 어느 때보다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나에게 휴식이란 것은 식사준비, 정리, 빨래, 청소에서 해방이다. )
저녁엔 슬슬 나가 펜션 앞에 있는 한우집에서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 한우를 실컷 먹었다.
배를 두들기며 "이런 게 휴가지" 하며 펜션으로 돌아왔다.
강원도라 그런지 아니면 펜션이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폭염이라는 문자가 오는데도 도대체 더운 걸 느낄 수가 없었다.
열대야가 뭐죠?
우린 그다음 날 워터파크로 향했다.
얼마 만에 오는 수영장인지.
'수영복 입기도 싫고 귀찮고 싫다.'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침 11 시부에 수영장에 입장하게 된다.
세상에 워터파크 이렇게 재밌는 곳이었나?
파도풀이 이렇게 신나는 것이었나?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신랑이 이러다 죽는다면서 이젠 진짜 밥 먹어야 한다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밥을 먹는데
'나는 왜 이 좋은 여름휴가를 10년 동안 즐기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돌았다.
도시에 있었다면 더워서 짜증 날 시간인데 물속에서 놀다 보니 더운지도 모르고 하루를 보냈다.
다 놀고 노천탕에서 몸을 녹이면서 하늘을 보는데
지상낙원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이놈에 영양사를 때려치워야지 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됐다.
맨입으로는 절대 놀 수 없다. 돈 열심히 벌어야 한다.
워터파크의 훈장 얻어왔다.
아직도 팔이 후끈후끈 하지만
역시 여름엔 워터파크 물 맛을 꼭 봐야 한다.
올여름은 뜨거운 여름 시원하게 잘 즐겼다.
이래서 휴가가 꼭 있어야 한다. 재충전이라는 걸 한 기분이다.
내년 여름이 기대된다.
내년 여름휴가도 무조건 워터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