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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an 15. 2024

다라이의 맛-감자계란샌드위치

그리고 유방암 진단받은 날

아이가 겨울방학을 했다. 나도 원치 않았지만 방학을 하게 되었다.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일을 했기 때문에 방학에도 쉬지 않고 돌봄 교실에 나가거나 

할머니네 집으로 가서 방학을 보냈다. 

그래서 우리 딸은 방학 동안 늦잠을 자보지 못했는데 

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아 진정한 방학을 즐기게 되었다.


11월쯤 속옷을 갈아입는데 분비물이 묻어 있는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12월이 돼도 계속 분비물이 나왔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된다. 

유방 초음파 선생님께서 

"유방 전문 병원에 가서 정확히 검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진단을 해주셨다. 

병원에서 CD를 받아 가방에 넣고 평소와 같이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이젠 피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연차를 내고 유방전문병원을 갔다.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시더니. 

조직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하더라고요. 

뭐 조직검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암은 아니니깐. 

마음 편히 먹자 하고 병원에서 연락 오길 기다렸죠. 


기다리던 전화가 왔고. 

"상피내암입니다.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방문해 주세요. 언제쯤이 좋으세요?"

라는 간호사님의 말. 

"암이요? 제가 암이라고요?"




엎어진 김에 

삼시세끼 밥도 열심히 챙겨주고 엄마표 간식도 만들어주려고 한다. 


주려고 만드는데 엄마의 샐러드 맛이 퍼뜩하고 떠올랐다. 

그게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 맛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도 나랑 동생 방학 간식으로 주려고 만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처럼 조금이 아니고 대야 한솥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엄마는 계란감자샐러드에 생 양파를 넣어서 입에서 양파 냄새가 계속 났었다. 

감자도 찌고 계란도 삶고 양파도 다지고 사과도 다져 넣고 마요네즈 쭉~ 짜고 

설탕 듬~뿍 이건 엄마의 레시피.

그때는 빵에 발라 먹기보다는 그냥 수저로 퍽퍽 퍼먹었던 기억이 난다. 

먹고 나면 생양파의 냄새가 입에 오래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양파는 넣지 않는다. 

그리고 딸이 먹을 간식이기 때문에 우리 딸의 취향을 전적으로 고려해서 만든다.

야채를 질색하는 아이기 때문에 

색이 예쁜 당근을 아주 조금, 그리고 아주 작게 다져서 넣었다. 

칼로리가 하프 마요네즈를 쭉~ 짜고 스테비아 설탕을 뿌려준다. 

빵을 구워 그 위에 한가득 올려주면 완성된다. 

엄마가 된 나는 엄마처럼 대야 한가득 만들지 않는다.

2개 정도 나올 분량으로 적게 만든다. 


한 개씩 딸이랑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먹는다. 

그럼 꼭 유방암이 없던 평범한 하루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행운은 잔잔하게 나에게 오고 있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 하루를 감사하게 보낸다.


*암의 심경변화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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