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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07. 2024

진료비는 5%-국민암환자

다음날 15시 

아버지까지 간다는 걸 억지로 말리고 신랑과 엄마랑 함께 병원으로 갔다.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한번 가봤다고 익숙한 병원분위기와 의사선생님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와 함께 우르르 들어가는것 같은 겸연쩍은 마음이 들어

"보호자가 너무 많이 왔죠?" 하며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신랑과 엄마는 내 뒤에 서 있고 나는 뱅글 돌아가는 환자용 검은색 동그란 의자에 앉았다. 

"0기예요."

"연기요?" 0기가 뭔지 모르는 우리 셋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1기 2기 중에 0기라고요."

"아악... 엄마... 어떻게...."

하면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안도의 눈물이었다.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의사 선생님 책상에  각티슈가 왜 있는지 알겠다. 

얼마나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눈물이 흘렸겠는가

갑자기 왕 하고 우는 나의 모습에 의사선생님이 좀 놀라셨는지

"너무 걱정 마세요. 이건 수술만 하면 끝나는 거예요."

"미정아.. 너무 다행이다.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엄마도 울면서 선생님께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그 당시 그 누구도 나에게 "울지 마. 진정해 "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0기는 다행인데 덩어리가 많이 커서 수술부위가 좀 커질 것 같아요.

이런 경우 예전에는 모두 절제를 했었는데 요즘은 의술이 좋아져서 부분 절제로 가능하더라고요. 

집에서 가까운 큰 병원에서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복원 수술은 안 할 거예요. 아이도 더 이상 안 낳을 거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이도 젊은데 절대 그러면 안돼요. 복원수술까지 꼭 하세요."

라며 신신당부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상피내암에  대해 그림까지 그려가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유두 쪽에 작은 것들이 몇 개 있는데. 이것들이 좀 신경 쓰이긴 하지만요."

우리 셋은 감사합니다 를 여러 번 외치며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진료비 계산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투명 테이블에 가발 렌털하는 브로셔가 눈에 띄었다. 

어쩜 나도 가발렌털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스쳤다. 

안내데스크에서 이름이 호명되고 

"암 환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드렸어요. 진료비의 5%만 내시면 됩니다."

하며 국민암건강이라는 브로셔도 받았다. 

내가  만 39살에 국가에서 보조받는 '암환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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