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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08. 2024

오는 비는 맞아야지 어쩌겠는가.

엄마는 울고 있는 내 등을 쓸어주며 "얼마나 다행이냐. 얼마나 다행이야."

라고 했다. 분명 다행인데 내 마음은 기쁘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대학병원 예약 잡았다. 

수화기 너머 자동응답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반진료는 1번 암환자 예약은 2번" 

2번을 누르자 친절한 여자분의 목소리. 

"상피내암 진단받을셨을까요? 침윤암 진단받으셨을까요?"

"상피내암이요." 

"12월 28 날 오실 수 있으실까요?"

생각보다 검사의 예약이 빨리 잡혔고 통화소리를 들은 엄마는 역시 운이 좋다며

다 잘될 것이라고 했다. 


엄마와 헤어지고 일기를 쓰려다, 한 줄도 쓰지 못한 다이어리를 덮고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자주 전화하는데 오늘 통화에는 큰 비밀을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암'이라는 단어를 가족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두려웠다.

안쓰럽게 혹은 불쌍하게  여길 타인이 시선이 싫었다. 


"선아야...?"

"너 목소리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야, 나 암 이래."

"뭐? 장난하지 말고, 진짜야?"

"나도 장난이면 좋겠다. 유방암 이래, 미쳤지?'

친구도 나도 눈물범벅으로 통화를 마쳤다. 


"00대학 병원 에서 유방암 수술 잘한다는 의사 선생님 이래, 이분으로 예약해."

다음날 아침 친구 카톡

'이게 꿈이 아니었네. 꿈이길 바랐는데. 젠장.'


암 오라고 해봐 내가 다 이겨주겠어.라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고, 

내 머리 바로 위 하늘에서 끊이지 않는 천둥이 계속 내리치는 느낌이 들었다.


자 그럼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 걸까.

일단 아이에게는 절대 알리지 않도록 한다.

내가 받은 충격의 크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까 걱정스워서 조심하기로 했다. 

아파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하자고 가족들과 입을 맞추었다.


다음 정리할 일정은  

아는 동네 언니가족들과 함께 겨울방학에 일본 가려고 비행기, 숙박을 다 잡았는데 

취소해야 할 판이 되었다. 떠나기로 한 언니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에는 벌써 땀이 난다. 

"여보세요."부터 이미 눈물범벅이다. 

"왜? 무슨 일이야?"

"언니, 나 일본 못 갈 것 같아요. 유방암이래요.

같이 못 가게 돼서 어쩌죠. 미안해요. "

"미정아, 일단 우리 집으로 와."


언니는 3년 전에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흔하게들 걸린다고 해도 

내가 암 환자가 되고 보니 갑상선 암 선고받았던 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검사하는 거 말이야, 내가 해보니깐 아무것도 아니더라. 미리 걱정하지 마.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되는 거야."

'그래 미리 걱정하지 말자. 오는 비 어쩌겠나 맞아야지.' 

2시간 동안 '괜찮다'라는 말을 만 번은 들은 것 같다. 

언니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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